경제·금융

[백상경제연구원 시사진단] `고용없는 성장`극복 위한 투자활성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으며 고용창출로 이어집니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정책을 투명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18일 서울 중학동 본사에서 개최한 `고용없는 성장 극복위한 투자활성화 방안`에 관한 시사진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특히 “서비스 산업에 투자가 활성화돼 성장세가 나타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면서 “이를 위해 교육, 의료, 법률, 컨설팅 등 서비스 부문의 시장 개방이 확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용없는 성장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고 외국투자가들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원자재난과 기술유출 등과 관련해 “자원안보, 기술안보 등을 지킬 국가적인 리스크(Risk) 관리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희수 백상경제연구원장 = 저희 연구원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00여 분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한 결과, 투자를 늘릴 경우 “고용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54%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46%)”는 답변보다 많았습니다.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가 늘 수 있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은 최근 여간해선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축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어떻게 수립되어야 할 지 얘기했으면 합니다. ▲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 말씀에 앞서 토론 주제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극복을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는 마치 고용과 투자가 직접적이면서 밀접한 연관을 갖고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투자확대가 꼭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의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설비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고용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 투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모멘텀이 쉽게 바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를 줄이는 부분이 가장 컸습니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이자도 매우 높았습니다. 더욱이 기업인들이 굳이 많은 돈을 새로 투입해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서 하나의 모멘텀이 생겼는데 이를 깨뜨리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정부가 상당히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풀릴 수 없는 일입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저는 투자가 안 되는 이유를 4가지 정도로 봅니다. 기업들이 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은행도 아닌데 기업들이 현금을 10조원씩 보유하고 있고 공단이 400만평 이상 분양이 안되고 있다는 게 이를 반증합니다. 두번째는 노사문제가 걸림돌입니다. 셋째는 공장부지 확보 등을 어렵게 하는 규제 입니다. 서비스 부문의 산업성장율이 낮은 것도, 시장 개방을 막는 요소도 규제 입니다. 네번째는 사스(SARS), 조류독감, 북한 핵문제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생각지도 못했던 일 들이 튀어나와 발목을 잡고 있는 데 정부가 나서 이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요인들이 단번에 해결되기는 어렵고 결국 기본(Basic)에서 착실히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최근 실업문제가 이슈다 보니 `일자리 만들기`가 마치 운동처럼 추진되는 데 이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조2교대 해서 일자리 늘리자고 하는 데 비용이 늘어 잘못하다가는 있는 일자리 마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투자활동에 열심히 나서도록 격려하는 게 시간은 좀 걸려도 바람직한 방안입니다. ▲배 위원장= 좋은 지적이십니다. 프랑스에서 조스팽 총리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 나누기`를 시도했다 실패했던 대표적 사례도 있습니다. 현재로선 서비스 부문에서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 데 서비스 분야는 내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 문제 때문에 내수가 좋지 않다 보니 서비스 산업 증가율이 낮습니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통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법률, 의료, 컨설팅 등의 서비스 시장을 열어야 하는 데 국내 업계에서 해외업체들에 시장잠식을 당할까 반대가 심합니다. 그러나 서비스 시장 개방은 국내 업체들에게 시장 잠식보다는 시장 확대로 인한 득이 훨씬 클 겁니다. 특히 고용 증대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 원장=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합니다. 현장에서 느끼시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 박 회장이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 하셨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사실 실천이 쉽지 않지만 경제 주체 모두가 우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의 일부분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는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판매의 80%, 일부 제조분야는 생산의 7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결국 성장을 하려면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즉 글로벌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투자활성화 부문도 우리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과 적극 협력해 역량을 키우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외국기업의 투자가 늘어납니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 원장= 오 부원장께서 정부 정책측면에서 투자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어떻게 마련돼야 할 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오상봉 산업연구원 부원장= 최근에 와서 산업구조, 산업활동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데 여기에 발맞춰 정부 정책이 변화돼야 하는 데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이 기업의 투자부진과 실업 등 구조적인 문제에 닿아 있다고 봅니다. 탈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제조업 비중은 줄고 서비스 산업 비중이 커지는 게 당연한 데 90년대 후반까지는 서비스산업 성장이 뒷받침 되면서 제조업 분야에서 줄어드는 고용을 흡수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가 크게 줄어 고용불안, 청년실업 문제 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구조적이다 보니 정부 역시 서비스시장 개방 확대와 함께 디자인, 연구개발(R&D)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정책적으로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정 원장= 투자활성화를 위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장려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 회장= 탈산업화 말씀이 나와 드리는 말인데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에선 국민소득이 2만달러 대에 주로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두드러졌는데 우리나라는 1만 달러 대에 벌써 `제조업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자주 예를 들지만 삼성전자의 노트북 생산라인처럼 부가가치가 큰 제조업 마저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실미도`열풍으로 문화산업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업이 투자를 늘리고 활성화해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를 보면 외국인 투자는 그렇게 유치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국내 기업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격려는커녕 온갖 규제로 가로막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내국인에 대해 역차별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공장 옮기기`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사업 자체를 국내에서 하지 않고 해외에 가서 하는 사례들이 쏟아지기 시작할 겁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을 `공갈`이라고 매도하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고 가속화 될 수 있는 부분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임 사장 = 신규투자나 공장 설립을 국내에서 할까, 중국에서 할까 하는 고민을 사업 초기 단계에 합니다. 이때 중국으로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중국인들이 일을 아주 진지하게 여기고 주문하는 사항을 열심히 따라 준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중국의 임금이 낮아서 가는 게 아니고 실제 생산성과가 좋습니다. 정부규제 부분에서도 저희가 화성 공장 짓기로 하기까지 참 애를 많이 태웠습니다. 중국의 경우엔 지방정부의 최고책임자가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서는 데 대조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배 위원장= 박 회장께서 최근 말레이지아에 한국인 유학이 늘어나고 골프 관광객도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해주셨는 데 관심을 가질 만한 사례입니다. 말레이지아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도 않는 데 `외국인 학교`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교육시장이 개방돼 학비를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대폭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밖으로 내보내 소비와 고용을 줄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투자 부문은 기업이 알아서 잘 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돈 버는 일은 기업이 가장 잘 압니다. 정부는 그저 기업들이 일할 수 있게 인프라만 만들어 주면 됩니다. 정부가 산업정책을 통해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원에 나서는 일들은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각 경제주체가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하고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배 위원장 =정부 정책이 특정산업에 자금지원 등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책 등으로 적잖은 소동이 있었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전히 LG카드 문제 등에서 보여지듯이 정부가 개입해서 지원하고, 사장까지 내보내고 합니다. 이런 것을 시장경제, 시장화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아직까지 (시장화가) 안 됐으니까 개입하는 데 왜 한편에서 시장에 맡기겠다고 떠들어 결국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지 알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더 이상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덧붙여서 중국이 부실채권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데 기업가들도 이런 부분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의 중국 투자 중 회수기간이 긴 사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원장= 최근에 중국 발 원자재난이 심각합니다. 현장에서 원자재난이 투자에 어떻게 연관을 맺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박 회장= 악재 중에 악재입니다. 원자재가 시장에서 부족한 양은 크지 않지만 중국이란 대국이 `블랙홀`처럼 끌어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데 기업경쟁력에 치명타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축 원자재 푼다고 하지만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원자재난이 기업경쟁력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기업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았으면 합니다. ▲배 위원장 =인류가 새로운 자원을 갖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보는데, 박 회장님 말씀처럼 원자재가 특히 중국으로 몰리고 있어 기업은 기업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여기서 국방만이 아니라 `자원안보`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이나 조직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오 부원장= 철강의 경우, 국제가격의 급상승에는 수급상의 문제도 있지만 해상운임이 세계적인 물동량 증대로 높아진 것이 겹쳐져 있습니다. 원자재 난은 현재 수출이 잘 되고 있는 데 심화되면 수출마저 애로를 겪게 될 수 있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이 철강, 구리, 전분, 콩 등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공동구매나 해당 품목의 할당관세 인하 조치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 원장=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점이 노사관계와 투자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 까요. ▲박 회장= 유럽의 네덜란드나 아일랜드 등에서 노ㆍ사ㆍ정이 모여 사회협약을 체결해 상당한 성과를 봤지만 그 나라들은 근로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노조 조직율이 10% 대에 불과해 협약이 제대로 이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이 우선 노사정위에 들어와 사회협약과 정부의 노사 선진화 로드맵 등에 대해 총론을 들어보고 반대할 부분이 있으면 이를 밝히면 된다고 봅니다. 솔직히 노사정이 모든 안에서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같이 논의를 하다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고 조율 가능한 부분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충분히 기울여도 어려울 경우에는 정부가 조정안을 만들고 정치권과 협의해 최종 노사개혁안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봅니다. ▲임 사장 =노조가 없이도 근로자의 권익이 보호되면서 충분히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인식이 왜 확산되지 않는 지 모르겠습니다. 일부에서 삼성이 노조가 없는 이유는 앞서서 최고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굳이 노조의 필요성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이윤나누기(Profit Sharing)`를 통해 연봉의 50%까지 임직원에게 돌려 주고 있는 데 사업부문별로 성과에 따라 가져가는 보상금이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이렇다 보니 노사 모두 성과를 높이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자연스럽게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정 원장= 마지막으로 중국이 계속해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데 이와 관련해 배 위원장께서 정부와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배 위원장= 중국의 인구를 14억 정도로 잡을 때 일하는 인구를 7억 정도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관리직이 얼마나 필요하겠습니까. 열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는 될 테니 그것만 해도 7,000만명에 육박합니다. 우리 나라는 이 같은 `관리직(Supervizing)`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사람의 능력을 마케팅 해야 합니다.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있겠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일반직원을 현지인으로 채용할 수는 있지만 관리직은 교육이나 경험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기업이나 해외 다국적기업들로부터 수요는 충분히 발생하리라고 봅니다. 여기서 정부는 다른 지원보다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민간에 유통시킬 수 있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또 서비스 부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시장개방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정리=손철기자 runiron@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