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 ㄷ자 항로

북한 고려항공 소속 JS-802편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주 토요일 하오 1시 8분이었다. 이날 북한의 함경남도 선덕공항을 떠난 고려항공기는 동해 쪽으로 날아가 공해 상에서 기수를 꺾어 남하한 뒤 다시 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양양공항에 닿는 역 ㄷ자 항로를 날아왔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의 합의에 따라 새로 열린 이 항로는 거리 630km, 비행시간 1시간 10분이다. 만약 선덕과 양양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국내선 시대가 온다면 거리가 250km이므로 비행시간을 40분 이내로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시험비행을 한 고려항공기는 1시간 뒤에 휴가를 마친 한국전력 관계자 등 남측인사 8명을 태우고 선덕공항으로 되돌아갔다. 5년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와 북한은 양양-선덕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남북통행 의정서를 체결했었다. 대북 경수로 건설의 인력과 물자, 부상자 등을 수송하기 위함이다. 이번 비행은 전세기를 투입하는 최단거리 직항로를 열었다는 데 뜻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과 공연단 등이 상호 방문하는데 서울과 평양을 잇는 지름길이 사용된 적은 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 관제통신과 담당자는 아직 그것은 직항로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양양-선덕 직항로에 전세기가 왕복하게 된 것은 뜻이 크다. 이 항로는 북한에서 유일한 국내 항공노선인 평양-선덕-청진선에 접속하므로 남북가교의 확대를 의미한다. 북한으로 가는 뱃길이 열려있고 전세기 직항로도 열렸다. 앞으로 휴전선을 관통하는 고성- 온정리간 육로가 뚫릴 수 있다면 강원도와 함경도는 남북의 육해공로의 관문이 될 수 있다. 독일 분단시대에 동서독이 항공여객기 운항에 합의한 것은 84년 이 달(7월 11일)이었다. 그리하여 동독 라이프치히 국제박람회가 열리는 매년 가을 9일 동안 서독의 프랑크푸프트와 동독의 라이프치히 사이 346km를 잇는 특이한 국내 정기항공노선이 열렸다. 당시 편도요금은 345마르크(당시 한화 13만 8천원). 하지만 두 독일 사이를 가로막고있는 '특별한 정치적 이유'로 직선비행은 허용되지 않았다. 체코의 프라하노선을 타는 ㄱ자 노선을 1시간 15분간 비행했다. 남북 사이에는 아직 풀어야할 '특별한 이유'가 많다. 하지만 남북을 잇는 가교는 한 걸음씩 넓혀지고 있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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