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

『등산에서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8부 능선을 타고 있는 느낌입니다』한국 현대의료 100년사의 가장 획기적 사건으로 꼽히는 「의약분업」이란 개혁의 선봉장 차흥봉(車興奉) 보건복지부장관은 현재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차 장관은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모르나 국민건강과 나아가 차세대 건강을 위해서도 의약분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제도』라고 정의,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가 30일부터 3일간 단체휴진과 병원은 자체 시범사업을 천명하고 나선데 대해 차 장관은 『자신들이 합의한 사항을 이제와서 못지키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더 이상 의료계가 의약분업을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일축했다. 차흥봉 장관을 만나 의약분업 시행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_한국의료 100년사에서 가장 큰 개혁이라는 의약분업이 7월부터 실시됩니다. 어려운 합의과정을 거쳤지만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한 실정입니다. ▲의약분업은 국민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의사와 약사의 전문직능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시행방안은 이미 서로 합의된 사항입니다. 그리고 합의내용은 약사법 개정과정에 반영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의료계와 의약계의 합의사항을 토대로 「의약분업실행위원회」를 구성, 국민불편을 최소화 하는 세부방안까지 마련했습니다. _의료계가 반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의료보험 수가 인상에 있다고 보여지는데 적정수가 실현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의보험수가의 현실화 요구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조정, 해결할 것입니다. 조만간 의약품 실거래가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는 한편 7월 의약분업 실시직전에 다시한번 처방료·조제료에 대한 수가조정 그리고 시행후 빠른 시일내에 수가조정 등 3단계로 적정수가를 실현할 예정입니다. _우리 국민들의 의약품 오남용 실태는 어느정도인지요. 그리고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습니까.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률은 70~77%로 의약분업을 도입한 국가의 평균치(12.4%)보다 6배 이상 높습니다. 항생제 처방비율은 59%로 WHO 권장치(22.7%)보다 2배 이상입니다. 일부이지만 기침약인 진해거담제를 환각제로 사용하거나 이뇨제를 살빼는 약으로 남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약가마진 등 경제적 이유나 환자유치 차원에서 의약품을 과다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의료기관은 약국과의 차별을 위해 주사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는 물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는 등 사회전부문에 걸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료비중 약제비의 비중은 30%로 미국 8.4%, 영국 15%에 비해 2~3배 높은 실정입니다. _선진국의 의약분업 실태는 어떻습니까. ▲서구에서 의약분업은 오랜 역사를 통해 국민들의 생활속에 깊숙히 정착된 제도입니다. 의사는 진료·처치·수술을 담당하고 약사는 조제·투약을 하도록 구분돼 있습니다. 국민들은 의사와 약사의 역할분담을 합리적인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주사제의 경우 위험성 때문에 중환자를 제외한 외래환자에게는 놓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독일·프랑스·이태리·미국·영국 등 OECD 대부분의 국가는 분업이 정착됐으며 국민건강을 위해 좋은 제도라는 사실도 입증됐습니다. _국민들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도 많을텐데 대책은 마련하고 있는지요. ▲「불편은 잠시지만 건강은 평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환자나 지역·의약품에 대한 예외조항도 마련했습니다. 응급환자나 입원환자, 장애인 등은 분업대상에서 제외하고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는 농어촌지역도 의약분업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은 지금과 같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주사제는 원칙적으로 의약분업 대상이지만 항암제 처럼 치료에 꼭 필요한 경우 예외로 했기 때문에 병·의원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습니다. 처방전 전송제도와 단골약국제·지역별 의약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병원_약국간 처방전 전송제도를 도입하고 동네약국으로 처방전이 골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단골약국제를 활성화 할 방침입니다. _의료계는 약사의 임의·대체조제금지, 의약품 재분류를 주장하면서 의약분업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약사의 임의조제를 막기 위해 이미 지난해 12월 약사는 의사가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했습니다. 약사가 의사의 처방없이 임의로 조제하는 등 관련규정을 위반하면 약사면허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약사법 시행규칙을 신설했습니다. 의약분업 시행후 9월까지 3개월간 관련규정의 준수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지도점검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의료기관 또는 약국이 의약분업 관련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을 때는 보건소를 통해 의료·약사감시를 실시할 것입니다. _의료계는 약사의 대체조제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지요? ▲필요할 경우 동일성분_함량_제형의 약품으로 대체조체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난해 5월 의협과 약사협회 간의 합의사항입니다. 약국에서 동일한 성분의 제품을 모두 구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복제품이라도 그동안 의사들이 처방해 온 의약품이기 때문에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_의료계는 전문의약품의 범위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처방안은 있는지요. ▲지난해 5월 시민단체와 의·약계가 참여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우리부에 의약품 분류결과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허가의약품의 비율을 보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비율은 51대49입니다. 정부는 의료계와 약계가 합의한 의약품 분류안을 수용, 현재 미분류 처방에 대한 분류용역 사업을 추진중에 있으며 4월까지는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_의약품 실거래가제 도입으로 동네의원과 약국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데 지원책은 있는지요. ▲지난해 보험약가 30.7% 인하와 함께 의료기관의 손실보전을 위해 의료보험수가를 12.8% 인상했습니다. 이 제도 실시이후 의료계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큰 수입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전규모를 구체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올 1~2월 의료보험 청구분을 분석, 확정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동네의원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하고 처방전이 골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단골약국제를 활성화 할 방침입니다. _의료기관의 처방료와 약국의 조제료에 대한 해결책은.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보다 정밀한 분석작업에 들어갈 것입니다. 특히 이달부터 5월까지 예상되는 수입변동에 대해 정밀분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분석결과에 따라 올6월 처방료와 조제료를 잠정적으로 결정, 우선적으로 시행될 것입니다. _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고 의료보험이 통합되면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통합후에도 총액기준으로 직장인들의 보험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500만명의 직장인들로부터 연4조4,000억원(50%는 사용자부담)의 보험료를 거둬 들이고 있는데 총액규모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냈던 사람들은 통합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모의시험에서도 직장인의 57%는 인하혜택, 43%는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_국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국민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21세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최저생활보장·의료보험·연금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차질없이 다져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복지사회란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후손들을 위해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나눔의 정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담:신정섭 생활건강부장SHJS@SED.CO.KR 정리=박상영기자SANE@SED.CO.KR 입력시간 2000/03/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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