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8월 6일] 불 꺼진 중국

지난주 중국 동부 산둥(山東)의 공업도시인 웨이하이(威海)로 출장을 갔던 외국계 업체의 임원 J씨는 시내의 한 특급호텔에서 회의를 하다가 예고 없는 정전으로 졸지에 암흑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황당한 건 일부 회의 참석자들이 “특급호텔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빨리 불을 켜라”고 소리를 쳤는데 호텔 측은 “정부의 방침이니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맥없는 대답만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력공급이 전반적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여타 지역에 제한송전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 지역 업체들은 1주일에 2~3일씩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실정인 것에 비하면 호텔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중국의 전력공급 부족은 올해 초 발생한 50여년래 최악의 폭설로 파괴된 철도와 전기공급시설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데다 국내 석탄값의 폭등으로 전기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인데 올림픽을 이유로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 그 고통이 편중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이런저런 불편이 커지면서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는 뭐 하러 올림픽을 개최하느냐”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요즘 상황을 보면 그런 불만이 나오게도 생겼다. 베이징시 경계를 넘어서면 중국 경찰의 혹독한 불심검문을 여러 차례 감내해야 하고, 공항에서는 엄격한 짐 검색 때문에 시간 낭비가 심해 아예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베이징 시내 전역에서는 버스와 지하철 승객들에 대한 검문검색이 실시되고 있으며, 상하이에서는 68개 노선의 버스 1,600대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됐다. 올림픽 때문에 중국대륙 전체가 순식간에 감시의 공간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중국 공안당국의 과잉통제의 손길은 축제 열기가 넘쳐나야 할 경기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뜨거운 응원열기가 동반되기 마련인 축구경기에 손바닥 이외의 응원 도구는 휴대할 수 없고 국가대항전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국기를 흔드는 것도 불허 대상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아마도 중국 정부는 이런저런 불만에 대해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임시적인 조치이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민생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갖가지 조치들이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국제적 상식에 대한 고려도 없이 취해지고 있는 건 문제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100년 만의 꿈’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열망할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이고 거듭된 정전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같은 열망이 한결같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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