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아들의 여자친구를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진 50대 남성이 폭행ㆍ협박 등 물리력 행사는 없었지만 자유의사를 억압해 성관계를 가진 점이 인정돼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K(52)씨는 2004년 1월 말 아들의 여자친구인 J(당시 17세)양이 며칠 전 아들로부터 결별 제의를 받고 재결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자신을 밤 10시께 찾아오자 "아들을 잘 설득할 테니 걱정말라"며 타일렀다.
K씨는 J양을 데리고 나가 소주 2병과 삼겹살을 먹은 뒤 돌아와 잠을 재웠다가 "여기서 자면 아들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 여관에 가서 자라"며 새벽 2시께 깨워 근처모텔로 데려갔다.
그러나 K씨는 이 때부터 돌변해 J양을 껴안고 키스를 했고 J양은 "이러지 말라"며 저항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성관계를 가졌다.
J양은 이후 다른 남자친구를 만난 뒤 다음날 저녁 늦게서야 집에 들어갔고 외박이유를 추궁당하자 K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가족에게 털어놨다.
K씨는 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이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관계를 위해 폭행ㆍ협박을 하거나 힘으로 제압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위력'(자유의사를 억압하는 힘)에 의한 성폭행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피해자는 술에 취한 청소년에 불과한 데다 심야에 모텔방에 단 둘이 있게 돼 폭행ㆍ협박 등 물리력에 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돌발적행동에 제압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용호 부장판사)는 5일 K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헤어지자는 피고인의 아들을 잊지 못하던 피해자가 그 아버지인 피고인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되지 않는 점, 피고인이 갑자기 덤벼들 것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반항이 어려웠던 것으로보이는 점 등에 비춰 간음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배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성년자가 술에 취한 점을 이용해 위력으로 간음한 점, 아들의 여자친구가 갖는 신뢰를 교묘히 이용한 점 등을 보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나 반성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참작한다"며 형 집행을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