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민병덕 국민은행장

"파이 더 키워 수익창출…올 리딩뱅크 자존심 되찾을것"



기업금융·IB분야 역량 강화… 올 순익목표 2조7000억
대학생 전용점포 '樂스타'… 특화된 금융서비스 전개 카드분사로 이익 줄겠지만 퇴직연금등 활성화해 보전
저축銀 인수 시점이 문제 서민금융 지원 큰틀서 협력
"경영자는 무조건 비용만 낮추려고 들어서는 안 됩니다.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파이(시장)를 더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파이를 더 키우고 생산성을 높여 국민은행을 명실상부한 리딩뱅크에 올라서게 하겠습니다." 국민은행에 있어 2011년은 무엇보다 중요한 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지배구조 문제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또 부실확대에 따른 막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당기순이익은 '제로'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2011년이 수익력 회복과 '리딩뱅크'로서의 자존심을 되찾는 해가 돼야 한다. 지난 29일자로 취임 6개월을 맞은 민병덕(56ㆍ사진) 국민은행장은 리딩뱅크를 향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 행장은 "국민은행 직원들은 목표가 주어지면 반드시 해낸다"며 "직원들의 근면함과 강한 결속력, 근성이 KB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를 터닝포인트로 삼은 민 행장과 만나 국민은행의 올해 경영방향과 목표, 체질개선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민은행의 올해 모토는 '이익 중심의 내실성장'. 올해 순이익 목표를 2조7,000억원대로 잡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셈이다. 목표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말까지 준비를 90% 이상 끝냈습니다.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은행의 역량을 영업력 강화에 결집시키고 있지요. 1ㆍ4분기 중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민 행장의 답변은 영업강화. 이 경우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걸렸다. 그는 이 같은 지적에 "국민은행은 개인고객만 2,600만명에 기업고객도 400만개에 이른다"며 "기존 고객들과의 거래만 정상 수준으로 활성화해도 충분히 몸집을 키우고 수익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아가 여타 금융사와 과열경쟁을 펼쳐 제살깎기식의 어리석은 행동은 범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까지 비축한 체력의 수준이 궁금해졌다. "이미 지난해 386명의 본부 인력을 지점 등 현장으로 내보냈으며 직원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제도인 성과향상 프로그램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되면 국내 은행권은 본격적인 4강 체제로 재편됩니다. 국민은행이 확고한 리딩뱅크로 비상하는 데는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근간으로 직원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가 은행 경영의 주안점으로 꼽는 것들은 결국 '사람의 힘'이었다. 민 행장은 새 영업 분야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국책은행이 소매금융에 진출할 정도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민은행이 다소 열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금융과 외환ㆍ투자은행(IB) 분야에 대한 역량을 더 강화할 예정입니다. 기업고객에는 특히 '토털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도를 높여갈 계획입니다." 토털금융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졌다. "현재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이들을 찾아다니며 가업승계와 세제 안내를 적극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자금지원 내용도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담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올해 4조2,000억원 규모의 보증서 담보대출을 할 계획도 있습니다." 대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경영 파트너'의 자세를 취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예비사회인인 대학생 고객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민 행장은 "대학생 전용점포인 '樂스타'는 미래 고객에 대한 투자를 위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의 영업점"이라며 "다른 은행들이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마케팅을 전개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2월 말까지 樂스타를 42개 개점할 계획이다. 프라이빗뱅킹(PB)도 민 행장이 욕심을 내는 분야. 그는 "고객가치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PB들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며 "인력관리 체계화 및 우수 PB인력 확보, 자산관리 컨설팅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직무인증제 운영, 시장ㆍ투자 관련 전문교육 및 평가 등을 통해 국민은행의 PB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했다. 민 행장은 카드사 분사에 따른 수익보전 방안도 단단히 해두고 있다. 카드사 분사로 은행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그 이상의 수익을 내겠다는 게 민 행장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우량여신 취급 및 저원가성 예금조달 확대 ▦부실여신 선제적 관리를 통한 충당금 감축 ▦수익증권ㆍ외환ㆍ신탁ㆍ퇴직연금 활성화 등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민 행장은 "개인적으로는 카드사 분사로 카드 때문에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 홀가분한 측면이 있다"며 "(카드영업 없이)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있다"고 자신했다. 화제를 부실 저축은행 인수로 돌려봤다. 민 행장은 "저축은행을 인수하기는 하겠지만 시점이 문제"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과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지주사의 전략적 방향이 결정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의 금융시장 환경과 관련해 민 행장은 조심스럽게 '전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민 행장은 "현재 종합주가지수가 2,100선을 오르내리는 것은 정상 수급이 아니라 과잉 유동성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주가가 언제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펀드 등을 팔 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생한 '펀드대란'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 행장은 "펀드를 많이 팔면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좋지만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경영연구소의 경제상황 분석자료를 영업점 책임자들에게 보내 펀드 판매시 참고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승부욕·추진력 강한 勇將
현장 포용력도 넓은 德將
■민병덕 행장은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업계에서 '용장(勇將)'으로 통한다. 민 행장이 지닌 강력한 추진력과 승부에 대한 집념 때문이다. 민 행장은 취임 이후 '비만증'에 걸린 국민은행을 살려내기 위해 3,200여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추진해 성공시켰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민 행장이 그렇게 큰 일을 무리 없이 해냈다"고 평가한다. 민 행장은 짧은 기간 내에 조직을 변화시켰다. 그는 지난해 7월 말 출범한 '그룹변화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의 장을 맡아 영업점창구 업무분리제도 개선, 성과관리(KPI)제도 개편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냈다. 출범 당시 세웠던 과제를 대부분 해결한 TFT는 지난해 말 해체됐다. 지난해 말 대규모 승진인사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점포장 대회를 열어 '국민은행은 똘똘 뭉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직원들에게 불어넣은 것도 그였다. 위기 때 적합한 '용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 행장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한다"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어렸을 때도 동네아이들과 씨름을 해서 지면 이길 때까지 계속 겨뤘다고 한다. 친구가 일부러 져주거나 끝까지 붙어 이겨야 판을 끝냈다는 것이다. '지고는 못 산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래서 민 행장은 "앞으로는 국민은행이 다른 은행에 고객을 빼앗기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근성으로 똘똘 뭉친 그지만 포용력도 넓다. 국민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직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민 행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민 행장을 '덕장 (德將)'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민 행장은 지난 1981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개인ㆍ기업ㆍ프라이빗뱅킹(PB)을 두루 거치면서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았다. 지점장 시절에는 영업실적이 매우 좋지 않은 곳에 배치돼 영업이익 2배 신장이라는 목표를 받고 퇴직을 고민해본 적도 있다. 그만큼 민 행장은 영업에 자신이 있다. 민 행장은"아내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지금 행장이 된 것도 그때를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민 행장은 1954년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읍이라는 시골마을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작농 아들이 '은행장'이 된 것이다. 평소에도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영업현장을 누비고 있다. ◇약력 ▦1954년 충남 천안 ▦대전 보문고, 동국대 경영학과 ▦국민은행 충무로지점장 ▦국민은행 경서지역본부장 ▦국민은행 남부영업지원본부장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국민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현장이 좋다" 취임후 전국 지점 2번 돌아
"은행장은 직원 등 두드려주는 역할, 행장실에 있을 이유 없어"
직급 관계없이 의견 수평 교환, 아이디어 뱅크보드에도 관심
"현장이 더 편합니다." 민병덕 행장은 집무실보다 영업점을 더 편하게 느낀다. 은행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민 행장은 직원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은행장의 제1임무라고 생각한다. 행원으로 들어와 지점장ㆍ지역본부장ㆍ부행장을 다 거쳤기 때문에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도 그가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이유다. 인터뷰 당일에도 오후에 부산지역 지점 방문일정이 잡혀 있었다. 민 행장은 "정책은 유능한 부행장과 부장들에게 맡기고 행장은 직원들 등을 두드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행장실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점에 나가 보면 행장을 처음 보는 직원들도 있고 몇년 만에 행장이 방문했다는 곳도 있다"며 "직원들과 사진도 찍고 문제점 등에 대한 얘기도 나누다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민 행장은 "취임 후 전국 점포를 두 번 돌았다"고 소개한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전국을 누비며 점포장 1,100여명을 대상으로 '캔 두 스피리트(Can Do Spirit)'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영업점 직원 3,200여명을 대상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전국순회'를 했다. 올해도 1월 중순부터 전국 점포장 1,000여명을 대상으로 CEO 전국순회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개인 및 기업 우수 거래고객을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민 행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기 위한 '아이디어뱅크보드(Idea Bank Board)'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아이디어뱅크보드는 분기에 한번씩 경영진과 직원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만나 은행발전을 위한 의견을 나누는 장이다.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경영진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의 얘기를 듣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고객 입장에서의 새로운 영업 활성화 방안' '고객이탈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오는 2월 열릴 회의에서는 '워크스마트(Work Smart)'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다. 민 행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1월 지점장들에게 짐 콜린스가 쓴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를 나눠줬다. 이 책은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직원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었다"는 게 민 행장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