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레바논 사태, 중동지역 세력 재편 신호?

레바논을 무대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충돌은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력 재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중동지역의 정세가 오랜 기간 강대국에 의해 결정돼 왔으나 9.11 테러 이후 중동안정이라는 전략적 목표 대신 중동민주화를 추진한 조지 부시 행정부결정의 여파로 격랑에 빠져들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중동 민주화 구상이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의 친이란 성향의 정권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이라크에서의 실패는 역내 친미국가들을 불안케 만들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란의 세력확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레바논 사태도 헤즈볼라의 도발과 이스라엘의 과감한 공세라는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역내 세력재편 과정에서 주도권 장악을 위한 대리전의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이라는 견제세력이 없어진 이후 시아파가 장악한 이라크를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함으로써 역내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반면 친미 성향을 보여온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다른 수니파 국가들은 시아파 국가들의 부상을 근심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민주화구상이 오히려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 지도자들이 이례적으로 헤즈볼라의 도발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헤즈볼라를 증오하고 있는 국민과 정권 사이의 괴리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 형국이어서 미국의 입장에서 그다지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석이다. 사우디 등의 헤즈볼라 비난은 이들 국가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민주화조치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이란의 영향력 강화는 중동지역에서 러시아나 중국의 활동영역을 확대를 불러와 외교적인 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중동지역에 외세의 영향력은 줄고 역내 국가나 개인, 무장단체의 영향력은 확대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면서 중동정세가 오랜 기간 더욱 복잡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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