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쟁력」에 밀린 노동계 요구/가닥 잡힌 노동법 개정 방향

◎사측­실질적 노측­형식적 수용/공익위원안 중심 손질/무노무임 결단 가능성/여야 이해 걸려 국회서 파란 예상정부의 노동법 개정방향이 「국가경쟁력 우선」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권 말기의 「뜨거운 감자」라 정치적 파장을 줄이기위해 일단 피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부는 경쟁력강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면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핵심쟁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같은 정책의지를 잘 알 수 있다. 먼저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리해고, 변형근로시간, 근로자파견제등 소위 「3제」를 전면 도입키로 했다. 이 부분은 현재 조문 다듬기만 남아있는 상태다. 반면 복수노조금지, 3자개입금지, 정치활동금지등 이른바 「3금」은 형식은 없애도 당분간 실제로는 유지된다.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단위사업장은 유보하고, 3자개입 금지를 철폐하되 노사당사자가 인정하거나 상급단체에만 허용하는등 제한적인 경우만 인정할 방침이다. 정치활동 금지는 노동관계법에서는 삭제되지만 정치자금법등 기타 법률의 제한규정은 그대로 존속된다. 노사관계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3금」을 제한적으로나마 완화한 것이다. 3제는 경제계가 요구한 사항이고 3금 철폐는 노동계가 요구한 사항이어서 경제계 요구는 실질적으로, 노동계의 요구는 형식적으로 각각 수용하는 셈이다. 이는 최근 경제난이 고비용구조에 따른 것으로 경직된 노동관계법과 이에 따른 고임금이 경제난의 주범가운데 하나라는 여론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OECD가입에 따라 노동관계법을 국제규범과 일치(3금의 폐지)시키라는 압력도 정부의 빠른 결심을 재촉했다. 재경원 고위당국자는 『노동법은 한번 고치면 다시 고치기 힘들다. 노개위의 건의사항에 정부 입장을 반영해 전면적으로 노동법을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익위원의 안도 제한적인 측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노개위가 건의한 노사합의 사항과 공익위원의 안을 중심으로 하면서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가 한걸음 더 나갈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미지급, 무노동무임금등 다른 현안에 대한 결단이 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재경원 관계자는 노동법 개정 방향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 주변의 견해차이와 관련, 『노동부등도 경쟁력 우선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며칠새 장관급 연쇄회동을 계기로 김영삼대통령의 의지가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의 연내 개정을 아직도 낙관하기는 힘들다. 올해중 법안이 제출되더라도 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는 것은 내년초나 가능하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대권주자들이 각개 약진할게 분명하고 노조의 반발도 필사적이다. 더욱이 정치집단이 과연 총대를 매고 인기없는 정책을 밀고나가줄지 의문이다. 정치적인 리더십이 확립돼야만 노동법 개정이 가능할 것은 분명하다. 또 일단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개정의 기본 가닥이 액면그대로 관철될 지도 불투명하다. 정부안이 국회에 상정되더라도 노사의 역학관계나 정치적인 사건, 여야간의 협상추이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노동관계법은 개발독재시대에 골격이 만들어져 근로자보호 조항은 현실에 비춰 과도하고 근로자의 단결 및 단체행동권을 극히 제한하고 있는 기형적 모습을 띠고 있다. 개방화시대를 맞은 우리 경제의 노사관계에 걸맞지 않는 옷이다. 그동안 경제전반에도 많은 주름을 줬다. 때문에 문민정부도 출범직후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정권초기에 좌초된 노동관계법 개정작업이 경제난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계기로 다시 걸음을 옮긴 셈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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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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