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미있는 선물이야기] 투기꾼이 시장을 살린다

주가가 이유없이 급락할때면 현물 주식 투자자들은 또 시장을 교란하는 것 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로 선물거래자를 바라본다.투기적 거래가 현물시장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면 비난을 면키 힘든 분위기다. 그러나 주식투자자들은 투기적인 거래없이는 선물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헤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할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신사는 선물까지 매도할 수 밖에 없다. 이때 매도물량을 소화해줄 투기적인 거래자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주가의 하락폭은 삽시간에 확대될 것이고 금융시장 불안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사태이후 외국인의 헤징성 선물매물을 받아내면서 선물가격 급락을 막은 것은 국내의 투기적 거래자였다. 애시당초 선물시장을 개설한 목적이 투자주체들에게 헤징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유동성을 늘려주는 투기꾼은 필요악과도 같은 존재다. 실제로 국고채 선물의 상장을 준비하는 선물거래소와 선물업계쪽은 어떻게 하면 투기꾼을 끌어들일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국고채 선물시장이 설립되면 투신권은 보유채권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국고채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다. 이때 투기적 거래자가 이 물량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국고채 선물가격은 정상가격이하로 떨어져 시장기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고채 선물시장을 통해 내년부터 실시되는 채권시가평가제의 충격을 덜어보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태동단계인 국내 선물시장도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가 없음은 물론이다. 높은 수익률을 바라고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투기꾼이야말로 어설픈 정책을 남발하는 금융당국보다 시장에 더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강용운 기자 DRAG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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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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