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비리 드러나도 自淨 뒷전

"챙길건 꼭 챙긴다" 일관


“마주 보고 일하는 정규직 사원은 공장에서 항상 빈둥거리는데도 월급은 나보다 2배나 된다. 얼마 전엔‘몇 달 푹 쉬다 오겠다’더니 회사에 아예 안 나온다. 허리인지 근골격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재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휴업급여 70%에다 회사보조 30%를 받으니 놀면서도 월급은 여전히 내 2배다. 누군 몸이 아파 드러눕고 싶어도 잘릴까봐 눈치만 보고 있는데….”(국내 굴지의 K사 노조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하청업체 근로자의 글) 중소기업 또는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눈에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최근 행각이 ‘모럴헤저드’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기아차 사태 때부터 자정 노력은 게을리 한 채 맨날 무슨 사건만 터지면 녹음기 틀 듯 자본과 정부만 나뻐요~~라고 울부짖는 민주노총 운동가 귀하들 넌더리가 납니다…이제 솔직해집시다.” (현대자동차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ID ‘레인맨’) 거대해진 노동권력을 배경삼은 대기업 노동조합 간부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나 일자리를 못찾아 힘겨워하는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거나, 취업 알선하는 행위가 최근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취업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곳만 꼽아봐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 항운노련, 창원버스 노조, 현대자동차 노조 등 왠만한 거대 사업장이 줄줄이 포함된다.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노조간부들이 오히려 부패의 주역으로 속속 확인되면서 노동운동진영은 물론 사회전체에 충격을 줬다. 이쯤되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취업알선 대가로 수천만원을 수령한 혐의로 대의원 3명이 한꺼번에 구속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조합원동지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개인적 비리라도 일벌백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자정노력을 통해 취업비리로 얼룩진 노동조합의 위상을 다시 세워보려는 모습으로 충분히 읽혀진다. 하지만 현대차노조는 같은 글을 통해 “검찰과 언론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언론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호도하거나 침소봉대한다면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핍박한다면 정부든 언론이든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자세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앞서 취업비리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10일에도 ▦해외공장 신설시 노조와 사전합의 ▦소유와 경영 분리 명시 ▦정년 60세로 2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단체협약 요구안을 확정했다. 취업비리의 첫 파문을 일으켰던 기아자동차 노조 역시 집행부를 전원 물갈이하자마자 ▦성과금 지급 ▦일방적 지점 통폐합 중지 ▦고소ㆍ고발 철회 등 23개 항을 긴급 노사협의 안건으로 내놓았다. 기아차는 심지어 회사가 23개항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도록 토요일 특근을 거부, 신형 프라이드 생산라인을 24시간동안 멈춰 세웠다. 주변에서 노조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던 상관하지 않고 ‘챙길 것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기아 퇴직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노조가 탈바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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