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 다시 해외로] 기고- 바람직한 해외진출 전략

국내 금융기관은 1997년 말 외환위기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외환위기졕汰活?1995년, 1996년, 1997년에 해외진출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1996년 말 OECD 가입을 전후한 자본자유화 추세와 원화의 상대적 고평가가 해외진출의 붐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다. 해외진출 국내 금융기관의 영업은 과도한 외화 차입을 하거나 투기적 거래에 초점을 맞추는 등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어 있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자 위험에 노출되었던 해외점포와 국내 금융기관이 큰 어려움에 빠졌고 그중 대부분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외환위기 직후 부진했던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은 2000년 이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해 2002년부터 본격화됐다. 1999년 2건에 그치던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건수가 2002년에는 13건, 2003년(7월까지)에는 7건으로 급증하였다. 최근 해외진출의 붐은 외환위기 이전과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해외진출이 신흥시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전체 진출 점포의 59.4%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선진시장의 비중이 23.1%로 급락했다. 대신 중국(홍콩 포함),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헝가리 등 신흥시장의 비중이 77%로 급등했다. 특히 중국으로의 진출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7개 해외점포가 인가를 받았는데 모두 중국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과 한국 기업의 신흥시장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최근에는 증권, 보험의 비중이 높아지고 은행의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전 해외점포 전체에서 은행의 비중이 56%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33%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증권과 보험은 각각 44%, 26%로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은행의 구조조정과 간접금융의 비중이 크게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이 해외점포 감소에는 우리나라의 자본자유화와 외환거래자유화도 한 몫 했다. 자유화로 기업들은 국내외 금융시장에서의 자체신용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기업과 법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확대는 증권사 해외점포 증가에, 국내 기업의 활발한 해외직접투자는 보험사 해외점포 증가에 영향을 주었다. ?바람직한 진출 방향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선진시장보다 중국 등 신흥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것이다. 신흥시장은 현재와 미래의 시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신흥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시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한국계 물건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신흥시장은 성장잠재력 또한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8년 북경 올림픽과 2010년 상해 세계 박람회 등을 앞두고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금융자산도 1992년 이후 매년 23% 이상 고도 성장을 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둘째, 한국의 상대적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터널을 성공리에 거쳐왔고, 자본시장의 조기 개방도 잘 넘겼다. 이에 반해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흥시장은 구조조정과 시장 개방과정에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이러한 상대적 강점을 잘 활용한다면 신흥시장 진출에 매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외환위기 이전의 실패 경험을 되새겨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영업과 투기적인 거래는 지양하고 현지 시장에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통한 시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진출이 국내시장의 수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해외진출을 통한 새로운 변신, 선진 노하우 습득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쟁력 제고는 곧 무한 경쟁 상황에 처한 국내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생존력을 높여준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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