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최대위기 맞은 코스닥 회생대책 없나

[심층진단] 최대위기 맞은 코스닥 회생대책 없나 '공정성' 되살려 신뢰회복 급선무 ‘코스닥시장에는 공정한 시장의 룰도, 이를 규제할만한 제도도, 벤처다운 벤처도 없다’ ‘정현준게이트’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투자자들 사이에는 “이제 코스닥을 믿을 수 없다”며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96년 벤처자금의 젖줄역할을 한다는 거창한 목표 아래 설립된 코스닥시장이 개장 이래 최악의 불신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대주주와 사채업자들이 부도덕한 머니게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던 터에 시장을 공정히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고위간부마저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코스닥시장을 ‘시장’으로 믿지않는 분위기다. 코스닥시장에는 진정한 벤처가 없다는 지적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뢰위기에 빠진 코스닥시장이 건전한 벤처투자와 벤처기업 자금조달창구로서의 시장본연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벤처산업육성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닥에는 ‘시장’이 없다=코스닥시장은 건전한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활황을 구가했다. 그동안 개발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기술위주의 벤처기업들은 이에따라 자금을 쉽게 마련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떼돈’이 몰리면서 벤처정신도 점차 사라져 이제는 ‘머니게임’장으로 변질됐다. 대주와 사채업자들의 축재수단으로 활용되고 만 것이다. ‘정현준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시장은 정보가 공유된 가운데서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코스닥시장은 일부에 의한 정보독점과 주가조작, 여기에 당국의 비호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시장이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에 진정한 벤처기업들이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사채업자와 짜고 그럴듯한 정보를 흘리며 일반투자자를 현혹시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물량을 털고 빠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휴지 조각이 돼버린 평창정보통신은 한때 주당 70만원까지 치솟았었다. 대주주와 사채업자가 사설펀드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주가를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는 비단 한국디지탈라인 뿐만이 아니다. 최근 시장에서 테마를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A&D(인수후 개발)주들은 대부분 작전 세력들이 개입돼 있다는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투자자들은 “일부 벤처금융과 부도덕한 투자자들이 벤처투자와 벤처기업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맡아야 할 코스닥시장을 악용하고, 정보도 일부에 독점되면서 코스닥시장이 제대로된 시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된 제도와 감독기능도 없다=금감원 국장의 뇌물수수는 시장의 공정성을 책임져야 할 마지막 보루인 감독기관까지 도덕적 해이로 만연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다 코스닥 등록심사업무를 맡고 있는 코스닥위원들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책도 일관성이 없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수급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뒤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대기업등록 특례규정을 고치지 않고 있다. 코스닥 등록과정에서 이른바 ‘지도가격’을 산정해 신규등록기업의 공모가격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당국은 기업가치는 시장이 결정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공모가 산정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 신규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P업체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모가를 좌지우지하는 투신권과 함께 사실상 공모가를 확정하고 있다”며 “발행시장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개선책은 없는가=전문가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야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시장이 벤처투자와 자금조달의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 상황에선 코스닥시장이 다시 기력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투신권의 공모가산정 담합, 감독당국의 벤처기업과 부패사슬, 횡행하는 작전세력방치 등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뿌리뽑지 않는 한 코스닥시장의 미래는 없다. 믿음이 없는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한마디로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응징이 이뤄져야 코스닥은 힘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입력시간 2000/10/29 19:2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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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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