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젊은 기능인들 자부심 가졌으면…”

“젊은이들에게 장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충남지방기능경기대회 시계수리 직종에 참가하는 이원삼(93) 할아버지는 15일 출전 동기를 묻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후배들이 와서 자꾸 참가하라고 성가시게 하더라구요. 처음엔 이제와서 무슨 대회냐고 호통을 쳤는데 내가 나가면 젊은 기능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해 후배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계수리업계에서는 `박사님`으로 존경 받는 이옹이지만 멈춘 시계를 고치는 데만 보낸 그의 75년 세월은 그리 평탄치 만은 않았다.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막노동을 하다가 만 18세되던 때에 시계 고치는 일이 깔끔하고 좋아보여 무작정 일본 시계수리책을 사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6개월만에 시계수리 일을 시작한 그는 일인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24살때 공업도시인 청진으로, 6년 뒤 개업을 위해 다시 중국 만주로 갔다. 해방되면서 다시 청진을 거쳐 1949년 서울 충무로에서 개업을 했다가 전쟁통에 부산으로 잠시 피난을 갔다가 58년 서울 자유시장에 시계수리점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60,70년대에는 하루에 40여개씩 시계부품을 제작했으나 70년대 중반 디지털 시계가 나오면서 일감이 줄어들어 그 뒤로는 시계수리업체를 상대로 `중증 시계`를 고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고치기 힘든 고물 시계도 그의 손을 거치면 어김없이 돌아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방의 시계 수리업소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온다는 것. 몇년 전에는 미국인 골동품 수집가가 미국에서 수리한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230년 된 시계 2점을 들고와 부품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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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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