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일 매도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재정절벽 우려가 고조되면서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당분간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89포인트(0.53%) 하락한 1,860.83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관이 1,7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를 오름세로 돌리지는 못했다.
최근 증시를 뒷걸음질치게 하는 주요 세력은 외국인들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국내 증시에서 1,379억원을 내다 팔면서 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내다 판 주식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기관이 3,04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2,351억원)와 LG전자(-525억원), SK하이닉스(-371억원), LG디스플레이(-223억원)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점적으로 내다 팔았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진 것은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가 고조되면서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언론에 따르면 미국 연방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본이득세가 현행 15%에서 25%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배당소득세는 일반소득세 세율을 적용 받아 최고 43.4%까지 오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집권 당시 시행한 감세율 5%가 내년부터 이전상태로 회귀되는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관련 세금 인상분을 자본이득세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철희 동양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서 세수확보를 위해 자본이득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도 과세 대상이 되는 만큼 외국인들이 세금인상 이전에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철희 연구원은 "자본이득세 인상 가능성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많아 연말까지 외국인의 매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초께 미국의 주요 정책이 확정되면 낙폭과대주 위주로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만큼 낙폭과대 종목 위주로 분할매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평가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코스피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까지 떨어져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며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면 코스피지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낙폭과대 종목 위주로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방식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