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의 정규직 노조가 갈수록 경영을 압박하는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자 비정규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별도법인이나 신설사업장을 만들어 노조 문제를 피해가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한국까르푸.
지난 12일 개점한 이 회사의 인천 인하점은 캐셔, 매장관리직 등을 전원을 인력파견업체인 H사 소속 직원들로 채웠다. 그동안은 한국까르푸가 비정규직을 직접 선발, 관리해왔지만 인하점부터는 전원 파견업체로부터 채우겠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할인점 특성상 단순기능직의 이직이 잦아 관리비용이 늘어나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며 “인하점 직원들이 다른 점포보다 급여나 업무조건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4월 출시한 1,000㏄급 소형승용차 ‘모닝(수출명 피칸토)’.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모닝은 하지만 기아차 공장이 아닌 동희오토공장에서 만들어져 공급되고 있다. 동희오토는 기아차가 협력업체인 동희산업(자동차부품업체)과 합작해서 설립한 완성차 조립, 생산 전문업체. 이 회사의 관리직 150명은 정규사원이지만 생산직 850명은 11개 협력업체에서 파견나온 비정규직 근로자다. 당연히 인건비 부담도 기아차의 절반수준이고, 근로자 평균 연령(31세)도 낮아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들이 비정규직 중심의 회사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라면서도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기업들이 왜 정규직 중심의 회사구조를 피하려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