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양지서 일하고 음지로 숨는 정보기관?

최근 종영된 모 방송국의 첩보 액션드라마 '아테나'를 두고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청률을 떠나서 "대작치고는 아쉽다"는 평가와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평가가 상반되고 있는 것. '아테나'는 지난 2009년 시청률 30%를 넘으며 안방극장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이리스'의 '스핀오프(기존 작품의 등장인물과 상황에 기초한 작품)' 드라마다. 이 두 드라마를 통해 다소 생소한 정보기관 업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이 사실이다. 또 정치 드라마 붐까지 일면서 정치부에 몸담고 있는 기자도 이들 드라마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시청하고 있다. 직ㆍ간접적으로 실제 봐왔던 현실 정치와 외교안보 상황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오버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개입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보면서는 한숨부터 나온다. 실제 여론도 현실에 존재하는 정보기관이 드라마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이 이번 사건 하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6월 주리비아 대사관에 나가 있던 국정원 직원은 무리한 정보활동을 벌이다 현지에서 추방돼 물의를 빚었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충성도'를 중시하는 조직의 분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일부 언론에 자초지종이 알려진 것은 여권 내부의 알력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이쯤 되면 정보기관이 정말 국익을 위해 일하는지 묻고 싶어진다. 2008년 국정원은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원훈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바꿨다. 드라마에서도 가끔 언급됐지만 정보기관 직원들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37년 동안 유지돼온 원훈을 가슴에 품고 일하는 것으로 안다. 이 원훈에 빗대 기자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음지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양지에서 일하고 음지로 숨는 정보기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대다수는 음지에서 묵묵히 국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정보기관 업무의 특성상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될수록 국민들은 과거 '무서운' 정보기관에서 '무능한' 정보기관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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