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서민들이 바라는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 현장에 있다 보면 서민금융제도를 잘 알지 못해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종종 접한다. 생업에 바빠 발품도 제대로 못 팔고 쉽게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바쁜 생업과 금융에 대한 이해 부족이 생계형 빚을 가진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이 금융소비자 간 정보력 차이와 금융상품의 복잡성에서 기인하는 만큼 교육을 통해 서민들의 금융이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전산 등 기초 인프라 구축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의 상당수가 '금리 변동에 따라 매월 내는 이자가 달라진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점 등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된다. 실제로 미국은 이후 금융이해력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국민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단시간에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서민들의 금융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자별로, 재원별로 유사한 서민금융 상품들이 분절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금융전문가와 같은 금융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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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민들의 금융지식 제고를 위해서는 복잡한 제도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둘 게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서민금융 내비게이션'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서민금융 소비자가 기초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출이나 신용회복제도, 자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 발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서민금융제도가 복잡해 수요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이 크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시스템은 서민의 금융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데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개선되는 서민금융 지원체계는 수요자가 최소의 시간과 비용으로 최적의 서민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연계와 재산형성 상담, 적합한 민간금융 상품 알선 등 서민형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자활지원 힘쓰는 '줄탁동시' 돼야

서민이 서민금융창구를 찾아가 상담받는 것을 창피하게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손쉽게 방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하며 전문성을 갖춘 상담인력 확보,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상품개발과 다양한 제휴기관 발굴 등과 같은 기초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자금만 지원해 부채의 늪에 빠져드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자활에 필요한 비금융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자활을 도와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진흥원에서는 대출보다는 자활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햇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노력과 어미 닭이 밖에서 깨뜨려주는 도움이 동시에 이뤄질 때 순조로운 부화가 가능하다는 '줄탁동시'가 돼야 한다. 서민들의 자활의지와 이를 손잡아주는 진흥원의 힘이 동시에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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