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은 현행 BIS 자기자본규제를 대체할 새로운 자기자본규제 협약(이하 “신협약”)을 올해 중에 확정하고 오는 2006년 말부터 회원국 주요은행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물론 신협약이 현행 BIS 자기자본규제를 완전 대체하기까지는 개도국 은행 및 국제금융업계의 반발 등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효율적인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고려해 자본기반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신협약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공감하고 있다. BIS 바젤위원회도 수년간의 논의와 보완을 거쳐 마련한 신협약의 시행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BIS 자기자본규제가 세계 100여개국에서 채택돼 명실공히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잡았듯이 신협약은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에 새로운 규범으로 다가올 것이다.
신협약에서는 모든 여신에 대해 차주의 개별 신용평가등급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달리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행 BIS 자기자본규제가 기업의 신용도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위험가중치(100%)를 적용함으로써 신용위험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신협약이 시행될 경우 일부 은행에서는 위험가중자산 증가 등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해 자산운용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용등급이 낮은 은행의 경우는 해외로부터 외화자금 차입한도가 축소되거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나 국내외 영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신협약 시행이 국내은행의 영업활동에 미칠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의 대비책 마련은 다소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들도 선진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으나 신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수준과는 아직도 많은 차이가 있으며 대응자세도 소극적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은행들이 동북아경제 시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선진 외국은행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신협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국내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선진 외국은행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신협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시련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국내은행들과 금융당국이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강형문(한국금융연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