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근혜 후보의 소통과 진정성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국회 출입기자들 간 상견례를 겸한 점심식사 자리가 있었다. 20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 후보에 대해 기자들은 폭포수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 복지, 대기업 규제 등 경제현안은 물론 정치부패 척결, 남북분제, 국제관계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박 후보는 차분하게 해법과 방안을 내놓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박 후보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긴급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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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기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화두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뜻밖의 제안에 기자들은 순간 당황했지만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마이크를 돌렸다. 40여명의 기자들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각자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에 대해 짧게 대답했다. 예정된 다음 일정에 늦을 수도 있었지만 박 후보는 마이크 순번이 다 돌아갈 때까지 기자들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수첩에 핵심내용을 빼곡히 적었다. 실제 박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찾아가고 전직 대통령을 방문하고 대학교 총학생회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때 각을 세웠던 비박 경선주자들과도 회동했다. 앞으로 기독교ㆍ천주교ㆍ불교ㆍ원불교 등 종교지도자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국민대통합'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박근혜가 정말 바뀌네"라며 흥에 겨워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박근혜의 변신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박 후보의 변화와 변신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대선 표심을 의식해 깜짝쇼 행보를 보이거나 일회성ㆍ형식적인 만남에 그친다면 누구보다 국민들이 먼저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박 후보의 행보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위장되고 변장된 것인지 날카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정치인들의 거짓행보에 이골이 난 국민들이 박 후보의 변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 후보는 광복 행보를 이어갈 때마다 국민들이 옆에서 진정성 여부를 꼼꼼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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