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항제철:7(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우렁찬 쇳소리 미래를 달군다/세아제강과 공동투자/해외동반진출 “교과서”/올 “흑자원년” 굳은다짐베트남 북부지역의 신흥공업단지인 하이퐁시 홍방단지. 세계2위 철강업체인 포항제철의 베트남내 합작회사 두개가 쌍벽을 이루고있다. 봉강압연공장 VPS사와 담장을 맞대고 마치 쌍둥이 동생처럼 서있는 것이 강관제품 제조업체인 비나파이프사이다. 육중한 철제 문을 들어서면 철강을 다루는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1백여명이 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초롱한 눈빛으로 불꽃스파크가 튀는 강관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강관은 흔히 말하는 강파이프다. 본래 철판을 잘라 프레스로 눌러 둥글게 만든후 전기용접으로 끝을 붙여 물이나 공기가 새지않는 파이프를 만든다. 도금강판이나 선재등을 만들때와는 달리 철강 가공을 위해 열보다는 프레스 등으로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철과 프레스가 부딧치는 마찰음은 다른 철강공장보다 훨씬 더하다. 비나파이프사의 철강공장도 방식은 유사하다. 포항제철 등으로부터 구매한 열연강판을 생산할 파이프의 구경에 따라 길이방향으로 자른다. 잘라낸 강판은 다시 프레스사이에 끼우고 압력을 가해 U자형으로 굽힌다. 수십개가 좀좀히 도열해있는 프레스롤을 지나면서 U자형 강판은 차츰 동그란 파이프로 가공된다. 잘려진 강판의 크기에 따라 파이프의 구경도 결정된다. 전후좌우로 둘러있는 프레스롤사이로 강판이 밀려들자 마자 불꽃이 여기저기 튀지만 현지근로자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프레스라인 옆에는 수십대의 프레스롤이 쌓여있다. 홍대영 비나파이프사 사장은 『강판을 가공하기 때문에 철로 만든 프레스롤이 빨리 닳는다』며 『프레스롤을 빨리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공장은 생산성도 그렇지만 프레스롤이 빠르게 돌고 스파크불꽃이 많이 튀기 깨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홍사장은 『안전조업을 위해 직원들의 의식교육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이고 있는 이 강관공장은 지난 94년 8월1일 완공과 함께 가동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한국 철강업체의 대표적인 동반진출사례라는 점에서 의미크다. 지난 92년 1월 세아제강(전 부산파이프)와 포철등 한국측과 베트남의 VSC(베트남국영철강공사)은 합작사업의사를 서로 타진했고 그해 10월부터 타당성조사를 벌여 투자사업으로 적절하다는 결론을 단기간내 내렸다. 이 공장 기공식이 열린 것은 지난 3년 6월. 세아제강이 35%, 포철은 15% 등 한국측이 50%, 베트남에서는 VSC가 50%의 지분을 갖는데 합의하고 총공사비 1천6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94년 8월 완공과 함께 생산과 영업에 들어갔으며 정식 준공식이 그해 10월 열렸다. 포철의 투자는 국내 철강업체인 세아철강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것. 당시 국내 강관시장은 수요부진으로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초 SOC사업의 확대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수요가 부진하자 세아제강 등 생산시설을 늘렸던 강관업체의 고전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관업체로는 선두그룹인 세아제강은 이에 따라 해외 진출을 검토하기 시작,이미 베트남에 진출했던 포철에 동반진출을 제의했다. 포철은 이같은 세아측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포철은 국내 철강산업의 발전을 주도해야하는 국내 철강업계의 대부인데다 강판수요업체인 세아제강이 베트남에 진출할 경우 열연코일의 안정적인 수요처가 하나 더 늘어나는 잇점도 컸다. 포철관계자는 『회사가 2천6백만톤이라는 엄청난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분산, 비올 때를 대비한 경영을 해야한다는 원칙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포철은 기술자문과 원자재공급을 맡고 실제 경영은 세아제강이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의 생산능력은 흑관 연산 1만5천톤, 백관 1만5천톤 등 총 3만톤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실제생산량이 생산능력에 못미쳐 아직 흑자경영을 실현하지 못했다. 사업초기년도인 지난 94년 매출은 43만달러를 기록했으나 3만4천달러의 적자였다. 95년에는 매출이 8백50만달러로 늘어났고 적자규모는 75만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상조업수준에 이르지 못한 만큼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드디어 1천만달러를 넘어 총 1천1백59만달러에 달했고 적자규모가 28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62.2%나 감소했다. 올해는 사정이 더욱 좋아졌다. 홍사장은 『올해는 기필코 흑자경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올 예상매출 1천4백37만달러로 전년보다 23.9%를 늘리고 53만6천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원년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흑자경영실현을 회사는 특단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판매량확대를 위해 잡화점식이 아닌 전문판매점을 중심으로 한 판매체제를 물샐틈 없이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원가절감을 위해 원·부자재의 구입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우선 인원을 현재 1백17명수준에서 동결시키고 현지인의 관리능력 향상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신교육, 직무교육등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승진규정도 마련했다. 이 규정에는 국내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철저한 신상필벌 ▲인사고과 및 실적에 따른 승진제도 ▲승진제도 공개를 통한 근무의욕 고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사장은 『생산직을 중심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중이며 만일에 대비한 예비인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이퐁(베트남)=문주용 특파원> ◎인터뷰/홍대영 비나파이프사장/“도로·전력사정 취약 등 아직은 어려움 많지만 「일등기업」 꼭 이룰것” 『베트남이라는 곳이 현재로서는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투자매력지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잠재력이 큰 만큼 이곳에서 일등기업이 되기 위해 다른 나라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홍대영 비나파이프사장은 수년간의 베트남근무로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동안 이곳 사업의 어려움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베트남정부의 수입관세정책이었죠』라는 말로 서두를 끄낸 그는 『거의 무관세에 가까운 수입철강재때문에 베트남내 강관사업이 제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고 실토한다. 러시아산 등 값싼 강관이 마구 쏟아져 유입되면서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경쟁면에서 당해내지 못했던 것. 그는 『그동안 현지기업들이 수차례 베트남정부에 관세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것을 건의했다』며 『앞으로 상황은 크게 호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어려움은 전력사정. 전력공급이 중단되거나 적정 전압이하로 공급될때가 허다해 품질을 안정화시키기가 어려웠다. 홍사장은 『베트남내 전력사정이 단시일내 호전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아예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시간을 직원교육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이 공장은 세아제강이 경영전반을 맡고 있다. 홍 사장역시 세아제강출신이다. 그는 『완공초기부터 얼마동안은 한국 합작사인 포철이 설비가동상태를 정상수준으로 높이는 기술자문을 맡았다』며 『일정 단계에 오른 후부터는 포철 기술진이 귀국하고 현재는 세아제강측이 사실상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53만6천달러의 순이익 흑자로 첫 흑자경영을 달성하겠다고 밝히는 그는 『하지만 그동안 적자낸 것에 비하면 아직도 투자금 회수는 시작되지 않았다』며 『이 미완의 사업을 완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최근 베트남 근무를 끝내고 본사로 원대복귀했다.

관련기사



문주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