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핑크 비아그라


지난 1998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남성이 환호했다. 특히 포르노 업계가 축복 중의 축복이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남성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비아그라의 글로벌 매출은 연간 13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시알리스 등 유사 상품만 해도 20여종이 시판되고 있다.


비아그라의 등장에 남성들이 들썩인 지 17년 만에 여성들에게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제약사 스프라우트에서 개발한 여성 성기능 촉진제 '애디(Addyi)'가 삼수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 이르면 오는 10월 중순부터 시판된다니 성 기능 장애 치료의 선택권 마저 남성에게만 있다며 불만이던 여성들의 섭섭함이 상당히 누그러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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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일각에서는 벌써 "수많은 여성이 갈망해온 여성 건강사의 획기적 의약품"이라는 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비아그라 판매 이후 발기부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학상담을 받는 남성들이 늘었듯이 성 기능 장애 상담차 의사를 찾는 여성의 발길이 잦아질 듯하다.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의 이력과 비슷하게 애디 역시 애초 출발은 우울증 치료제였으나 새롭게 변신한 케이스다.

인류사에 기록된 획기적인 발명들이 그러하듯 두 제품 다 우연과 실수의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그렇더라도 애디는 비아그라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랄까. 무엇보다 혈관 확장을 자극하는 비아그라와 달리 애디는 뇌 신경 전달 물질에 작용한다. 충동 자극 호르몬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늘리고 성욕을 떨어뜨리는 세로토닌 분비는 줄이는 식이다.

감성적인 여성의 특성을 잘 이해한 치료 원리라 할 수 있다. 복용 방식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비아그라는 통상 1시간 전 복용하면 효험을 얻는다지만 애디는 수주일 혹은 수개월 계속 먹어야 효과를 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애디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저혈압·졸도 등 부작용이 만만찮은 탓이다. 아무튼 여성용 비아그라 소식을 접하니 금남의 벽을 하나둘 허무는 여성 파워가 실감 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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