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日 교과서와 '간바레 니폰'

30일, 여느 아침처럼 일본 주요 언론 사이트를 훑어보다가 산케이 신문 인터넷 판에 굵은 글씨로 뜬 머리기사 제목을 보고 멈칫했다. '한국,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표기명) 불법점거 강화' 신문은 이날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 발맞춰 한국 측이 독도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 정비에 나설 방침이라며 "일본이 대지진 수습에 쫓기는 사이 한국의 '불법 점거'가 한층 강화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다른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대지진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 적십자 모금액이 외국에서 발생한 재해지원금으로는 사상 최대인 15억엔(213억4,000만원)에 달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국민과 정부가 한결같이 일본을 돕자고 나서면서 한국에서 지금까지 모인 구호금은 총 45억엔, 우리 돈으로 600억엔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이 사상 최악의 재해를 딛고 일어서도록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센카쿠 열도와 북방영토 분쟁으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던 중국과 러시아도 대지진 직후 구조대를 급파하고 구호물자를 실어 날랐다. 수주 전까지 한껏 경색됐던 동북아 정세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 다시 한번 불거진 일본 교과서 검정결과와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보수 언론의 시각은 대지진이라는 재앙을 계기로 모처럼 회복되던 한일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교과서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을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을 요구해 왔지만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없도록 서로 노력하자'던 일본은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 최악의 방법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해묵은 국민 감정이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는 없다. 일본이 하루아침에 '독도는 한국 땅'임을 인정하리라고 바라지도 않는다. 어떤 방식이 됐든 독도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적잖은 진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독도 문제를 들쑤실 때가 아니다. 지금은 대지진의 참사와 원전 사고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나라의 협조와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한국이 진심으로 외친 '간바레 니혼(힘내라 일본)'의 메시지를 일본 정부가 귓등으로 흘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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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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