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가 나도 모르게 조종당하고 있다"

■ 가스등 이펙트 / 로빈 스턴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br>영화 '가스등'에서 이론 착안 타인의 영향력에 빠져드는<br>인간관계 병리적 현상 분석 "솔직한 자기의사 표현이 중요"


'가스등 효과'란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조종당하는 병적인 심리현상으로 1944년 잉그리드 버그먼이 열연했던 영화 '가스등'에서 따왔다. 사진은 영화 '가스등'의 한 장면.


매사 무관심하고 삶이 활기가 없어 지루합니까. 스트레스로 과식을 하거나 식욕을 잃지는 않았나요. 뚜렷한 이유없이 항상 긴장되고 흥분하거나 쉽게 지치나요. 만약 그렇다면 주변 인물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은 않은지 의심해 봐야 한다. 20여년간 상담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로빈 스턴 박사는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라는 이론을 제시하며 인간관계에 숨겨진 병리적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했다. 가스등 효과란 남편 그레고리가 아내 폴라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폴라를 정신병자로 몰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1944년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의 영화 '가스등'에서 따 온 말로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조종당하는 병적인 심리현상을 의미한다. 저자는 리더십교육 등에서 만난 여성들이 업무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능력없고 현실감각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가스등 효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가스등 관계는 항상 두 사람의 역할이 존재한다. 또 상대방을 이상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그 사람의 영향력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할 때만 발생한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남편이나 연인, 혹은 탁월한 능력의 직장상사 등이 상대 배역일 수 있다. 상대방의 영향력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점차 상대방의 영향력이 자신의 사고를 조정하고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단계로 변해간다. 저자는 상황이 악화되는 전형적인 양상을 3단계로 구분했다. 첫번째 단계는 불신.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조정당하는 일은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비난으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를 파고 들거나, 타인과의 비교도 서슴지 않는다. 두번째 단계는 자기 방어. 상대방의 비난이 커지면 방어 본능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 접어들게 된다.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방은 증거를 찾고 그가 잘못을 인정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심한 말다툼도 하게 된다. 3단계는 억압.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러 상대방이 옳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된다. 그래야만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심신은 지치고 본성을 점차 잃어가고만다. 가스등 효과로 인한 증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별 문제가 없는 데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간단한 결정도 혼자서는 내리기 힘들어 한다. 또 상대방과의 갈등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3단계까지 발전하는 데는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타인이 영향력을 뻗치기 전에 의사표시를 명확하게 했다면 2단계, 3단계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 저자는 상대방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노하우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내면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자신의 감정과 먼저 통한 다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