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섣부른 경기부양 땐 혹독한 후유증

눈앞 과실만 치중하다간<br>카드대란·부동산 광풍등<br>과거정권 실패 재연 우려

역대 정부치고 경기부양책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서민살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역대 정권은 신용카드 발급 확대, 부동산 규제완화, 재정 조기집행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써왔다. 당장의 열매는 달았지만 청구서는 어김없이 날아왔고 그 때마다 우리 경제는 경기부양에 따른 후유증을 톡톡히 겪어야 했다.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은 정부가 섣불리 경기부양책을 썼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현금서비스 확대, 길거리 회원모집 허용 등 다양한 카드규제 완화책을 꺼내들면서 경기는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죽은 사람에게도 카드가 발급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카드가 남발되며 40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했고 전업계 카드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카드대란을 겪어야 했다.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부양책은 건설업계의 줄도산과 투기열풍이라는 양면의 부작용을 낳으며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 전면 자율화, 채권입찰제 폐지, 양도소득세 면제 등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졌고 참여정부 때는 2기신도시ㆍ혁신도시 등으로 전국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종합부동산세ㆍ양도세 중과 등 억제책이 나왔지만 한 번 오른 집값은 좀처럼 꺼질 줄을 몰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금융위기로 죽은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며 그나마 있던 부동산 관련 세금들을 대폭 완화했지만 정책효과는 시장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내수진작은 재정을 투입하고 규제를 억지로 완화하는 인위적 경기부양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건전한 내수진작과 인위적 경기부양은 결국 백지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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