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ㆍ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주요 산업들이 국내는물론 국경을 넘어선 치열한 `기술 표준` 전쟁을 치르면서 업체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향후 시장에서의 주도권과 깊은 관계가 있다.
자사가 개발한 기술이 해당 산업에서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엄청난 시장 지배력과 함께 기술이전에 따른 로열티 수입 등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표준은 지배력이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으로 유명한 미국의 퀄컴사가 원천기술 하나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것에서 보듯 기술표준을 주도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업체들이 CDMA기술 사용으로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는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세계 최초로 CDMA기술 상용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퀄컴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셈이다.
차세대 인터넷 산업인 휴대인터넷 기술 표준을 둘러싼 표준 논쟁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국은 시장주도권 싸움이다. 최근 LG전자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휴대인터넷 기술인 `HPi`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ETRI의 연구에 공동참여한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정보통신부가 디지털홈 시범사업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참여를 배제키로 한 것도 자칫 이 사업에서 국내업체들이 MS의 독점적 지위 아래 끌려다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신성장 동력 육성사업은 총론에서는 업계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개별 기업의 직접적인 이해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개입 통상압력 낳을 수 있어=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기술표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정부의 기술표준 개입이 외국정부나 기업들에게 불공정무역에 따른 통상압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탓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어떤 기술 표준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날수도 있다”며 “그러나 통상압력 문제 때문에 정부가 너무 깊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통부가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을 `국가표준`이 아닌 정보통신기술협회(TTA)라는 `단체표준`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향후 통상압력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주도적 기술개발, 산업 육성 못지 않게 국내외 이해 당사자간 갈등 조정과 통상압력 대처방안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