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고] 미.일 경제불균형의 위험

LG경제연구원 吳文碩 연구위원미국의 차기 재무장관으로 취임하게 될 로렌스 서머스의 의회청문회 발언에서 우리는 미국경제의 고민과 경계해야 할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우선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강한 달러를 통해 미국의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높이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사실 강한 달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미국경제가 지난 9년동안 호황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달러가치가 유지될 것을 믿고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어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수입물가를 안정시켜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자산가치를 상승시켜 미국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서머스가 청문회에서 인정한대로 자산가치 상승에 기반한 미국의 경기호황은 무역수지 적자라는 심각한 문제를 남겼다. 올해들어 4월까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99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대로 나간다면 올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사상최고치인 3,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길은 자국화폐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것이지만 지금 미국은 달러가치의 하락을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돼서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미국의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은 물론이고 실물경제도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급격한 침체국면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일본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의 경기회복과 교역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편 90년대 들어서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사정은 정반대다. 금융부실과 내수침체로 일본경제는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엔화는 계속 절하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전년대비 0.1%로 나타난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엔화도 절상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정부는 내수 회복세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엔화절상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경제가 다시 침체되는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가 다시 절하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만약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약화된다면 엔화는 다시 절하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아시아국가들의 환율까지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장기호황과 일본의 장기불황이 빚어낸 「불균형」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내지 120엔 대로 안정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달러가치가 급락하거나 반대로 엔화가치가 급락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높은 수익을 좇아 국경을 수시로 넘나드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동으로 각 국가의 주식·채권·통화 가치는 조정을 받을 것이고 이것은 다시 각 국가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로렌스 서머스가 말한대로 초국적 투기자본의 이동에 좌우되는 세계경제는 좁은 활주로에 착륙해야 하는 제트기와 비교될 정도로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IMF 이후 금융이나 실물부문에서 대외거래의 중요성이 커진 우리경제에 몇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국제환율의 급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IMF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의 고평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급작스런 자본유출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비교적 우리의 환율정책도 수월해지겠지만 원·달러 환율도 상당한 절상압력을 받을 것이다. 원화의 절상이 엔화절상과 동반될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에는 큰 타격이 없을지라도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당분간 내수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 대외수출을 통해 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끌어 가야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원화환율의 절상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들도 국제환율의 급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 지배력과 효과적인 환위험관리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미국경제의 둔화에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산시장 붕괴와 같은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국경제는 내년부터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개도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의 경기침체 가운데에서도 미국경제의 고성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이 되어왔던 미국경제가 둔화된다면 우리의 대미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행히 일본과 유럽, 동남아국가들의 수입이 살아나면 이를 보충할 수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이들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우리의 금융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 공적자금의 투입과 금융기관간 합병 등을 통해 부실채권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금융시장의 동요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국제금융자본은 언제라도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제트기가 항상 안착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 환경의 급속한 악화에도 견딜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길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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