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풀뿌리 문화를 키워라] <하> 경제·문화의 선순환

쇠락하던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길'로 대박 … 문화가 경제 살린다

차별화된 문화자산 활용 … 지역 소득창출 동력으로

1회성 이벤트 그치지 않게 재생산 시스템 만들어야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옆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관광객들이 김광석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방천시장은 김광석의 인기를 배경으로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했다.


대구시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있다. 방천시장의 동쪽 끝을 나오면 시내하천인 신천이 있는데 그 서쪽변 축대를 따라 난 300m 길이의 골목에 벽을 따라 김광석을 소재로 한 벽화와 조형물이 100여점이나 된다. 스피커에서는 '이등병의 편지' 등 고(故) 김광석 노래가 하루 종일 흐른다. 시장통에도 곳곳에 김광석 그림이나 사진이 있다. '김광석 길'은 방천시장 살리기 차원에서 생겼다. 방천시장은 광복 직후 형성됐고 예부터 싸전(쌀가게)이 유명해 한때 점포가 1,000개를 넘어선 적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인근 백화점 등에 밀리면서 2000년께는 7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쇠락했다. 그러던 가운데 젊은 작가들이 모였고 이 쇠락한 전통시장에 '김광석'이라는 옷을 입혔다. 2010년의 일이다. 3년 만에 김광석은 방천시장, 나아가 대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1964년 1월22일생인 김광석은 다섯 살까지 대구 대봉동에서 살았을 뿐이다. 그래도 인연은 인연이다.

문화의 힘이 세다. 문화가 지역경제를 키우고 있다. 문화는 이제 단순히 돈을 쓰는 분야만은 아니다. 오히려 돈을 벌고 있다. 지역의 소득창출이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를 키우고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문화가 하기 시작했다. 김광석을 끌어들인 대구 방천시장이 대표적이다. 지역문화를 상품화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간 것이다. 문제는 1회성의 소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화의 지속적인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부인의 유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광산업으로의 외연 확대도 필요하다.


◇문화 접목해 지역경제 키우고 공동체도 회복=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를 위주로 하는 현대 경제에서 단순히 싼 물건이나 '정(情)'만으로 경쟁을 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전통시장에 문화를 접목한 대구 방천시장이 중요한 사례다. 방천시장은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문전성시 프로젝트(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에 선정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은 후 지역 출신인 '가수 김광석'이라는 색깔을 입혔다. 지원기간 3년이 지난 현재 죽어가던 상권이 살아났고 우범지대였던 주변 거리도 생기를 얻었다. 김광석 추모객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가수 등 예술인들은 공연을 위한 공간과 관객을 얻었다. 방천시장은 지금까지 23곳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에 꼽힌다.

다만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광석 길'이 전국적인 명소가 되고 카페나 슈퍼 등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하지만 방천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김광석 길을 구경하고 오히려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대구 대봉동의 상권은 살아났지만 정작 처음 의도한 전통시장은 그만큼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접목과 함께 전통시장 같은 지역공동체 자체를 강화하는 보다 면밀한 정책과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문전성시사업단 단장으로 방천시장 사업을 추진했던 김종대 건축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는 "시장이 상품판매만으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이길 수 없다"며 "문화를 통해 시장공동체와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주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생태계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대구 방천시장 등 지역문화 사업에 동원되고 있는 문화자산은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이다. 물론 과거의 유산만으로 계속 팔아먹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문화자산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관련기사



하지만 지역의 문화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예술가의 85%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지방에 있는 예술가는 15%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예술가들 중에서도 그나마 '먹고살 만한' 예술가는 20%에 불과하다. 80%는 다른 생계수단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근근이 살고 있는 정도다. 문화의 창작과 향유를 위한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다. 문화를 창작해 공급하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하고 또 소비함으로써 문화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운을 떼기는 했다. 지난해 10월 '예술진흥 선순환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부방안으로는 기초예술 창작을 지원하고 예술인 복지를 확대하며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을 강화하는 등 기존에 언급된 문화예술계에 대한 여러 지원책을 나열한 데 그쳤다. 실제 '선순환'이라는 지속적인 재생산이 가능한 대책으로는 한참 미흡한 상황이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문화계 종사자들은 문화의 핵심인 창조성을 키울 수 있는 자율적인 에너지를 키워야 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적극적인 인프라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풀뿌리 문화 확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해당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지역문화 사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관광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대규모 동원 위주의 행사가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식상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국립공원·체험마을 등 전국에 수천곳의 문화·관광자원이 있기도 하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창의성과 자발성을 결합한 관광사업인 '창조관광기업'과 '관광두레'다. 창조관광기업은 벤처 아이디어를 관광 분야에도 적용,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관광사업으로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도 만들자는 것이다. 관광두레는 전통적인 지역의 공동노동 조직인 두레를 관광 분야에도 적용한 것이다. 결국 공통적으로 풀뿌리 관광사업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창조관광기업과 관광두레 등 새로운 관광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일관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의 치적 중심의 사업관념에서 탈피해 장기적으로 공동체를 묶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식 문체부 관광정책과장은 "창조관광과 관광두레라는 것은 참여와 공유를 기반으로 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관광뿐만 아니라 문화 등 다른 분야와의 적극적인 융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