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가 더욱 암울하다. 서민들이 허리띠를더 졸라매야할 형편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은 9일 `2005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4.7%보다 낮은 4.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버텨온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민간소비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제대로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실업률이 3.7%까지 치솟으리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은의 이런 전망치조차 민간연구소의 예상 등에 비해서는 낙관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성장률 4%대도 불투명
한은은 내년 성장률이 상반기 3.4%, 하반기 4.4% 등 연간 4%대는 달성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근거로 올해 1.4분기부터 하강하기 시작한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횡보하다가 하반기들어 개선되는 완만한 U자형의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민간소비가 작년 2.4분기부터 올해 4.4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행진을 하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0.6%의 증가율로 횡보하는 국면을 거쳐 하반기들어2.9% 증가하면서 내수가 미약하나마 회복되리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설비투자 증가율도 내년 상반기에는 2.8%에서 하반기 7.7%로 뛰어오르고건설투자는 상반기 0.2% 감소하다가 하반기 1.0%의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할 계획인 종합투자계획 등 부양노력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경우에는 건설경기의 경착륙 등 곳곳에 암초에 놓여있다.
이주열 조사국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10조원 규모의 종합투자계획중 일부는 하반기에 집행될 것을 전제로 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전망의 전제로 제시한 유가, 반도체 가격, 환율, 세계경제 성장률 등도불투명한 요인이 많다.
지난 9월 4.1% 전망을 내놨던 LG경제연구원은 달러화 약세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환율 전망치를 당초 1천50원에서 1천원으로 내려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정부의 예상보다도 더 큰폭으로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더욱 난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경제연구소는 성장률을 3.7%로 제시했으며 굿모닝신한증권 3.7%, 모건스탠리 3.8% 등 3%대 전망치를 내놓은 민간 연구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일부에서는 2%대까지 얘기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이 문제
한은은 내년 실업률을 상반기 3.7%, 하반기 3.4% 등 연간 3.6%로 내다봤다.
이 실업률 수치만으로도 지난 2001년 3.8% 이후 4년만의 최고치다. 실업률은 2002년 3.1%, 2003년 3.4%에 이어 올해는 3.5%로 전망했다.
문제는 고용없는 성장이다.
현재의 성장동력인 정보통신 부문의 경우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고 경기가 나쁘면 구직활동을 포기하면서 실업자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질적인 실업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승 한은 총재도 "실업률이 수치상으로는 선진국보다 낮게 나오지만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요인들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실업률이 높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률이 되더라도 고용없는 성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매년 고용시장에 새로 40여만명이 진입하는데 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5%의 성장률이 유지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고용 저하는 소득감소-소비저하-투자감소-성장둔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초래할 우려가 있다.
◆실패한 올해 5%대 성장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4.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정부의 당초 목표인5%대 성장 달성이 물건너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소비부진이 장기화된 탓이다.
오히려 민간소비는 2.4분기 -0.6%, 3.4분기 -0.8%에 이어 4.4분기에는 -0.9%로더욱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이 2천54억달러로 31.3%나 늘었지만 경제의 양날개인 내수가 부진을 면치못하면서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이날 한은은 내수 등 경기가 하반기부터 미약하나마 개선되면서 우리 경제가 L자형의 장기불황이 아닌 완만한 U자형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의 경우 가계부채 조정 등이 마무리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리라는 판단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