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무릎 부상에 무릎 꿇은 골프황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5ㆍ미국)가 17년간 빠짐없이 나섰던 US오픈에 불참한다. 우즈는 8일(이하 한국시간)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오는 16일 밤 개막하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주 전 출전 의사를 밝혔던 우즈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US오픈에 참가하지 못하는 게 너무 실망스럽지만 지금은 의사의 말을 듣고 나중을 기약할 때”라고 전했다. 그의 골프 인생에 왼쪽 무릎은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스탠퍼드대 1학년이던 1994년 12월 종양 제거 수술을 시작으로 왼쪽 무릎 부상은 그를 내내 괴롭혔다. 2008년에만 두 차례 등 모두 네 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왼쪽 무릎을 다치는 일이 흔치 않은 편이다. 유독 우즈에게 왼쪽 무릎 부상이 잦은 이유는 뭘까. 어릴 때부터 취했던 특유의 역동적인 스윙 때문이다. 그는 임팩트 순간 왼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목표 방향으로 돌려주는 동작으로 왼다리를 격렬하게 써왔다. 숱한 우승을 안겨주며 그의 트레이트 마크가 됐던 다이내믹한 스윙이 역설적이게도 부상을 가져온 것. 나이가 들면서 왼쪽 무릎에 무리가 왔고 결국 2008년 시즌 후 당시 코치였던 행크 헤이니와 함께 왼쪽 다리의 움직임을 줄이는 동작으로 바꿨지만 계속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17년간 줄곧 나섰던 US오픈 출전 포기라는 결정을 내리게 만든 최근의 부상은 지난 4월 마스터스 때 찾아왔다. 3라운드 17번홀 나무 아래에서 볼을 때리고 난 뒤 넘어질 뻔했던 우즈는 그만큼 불안정한 자세로 스윙을 했던 게 화근이었다. 4라운드를 마친 뒤 ‘가벼운 부상’이라고 말했지만 2주 후 웰스파고 챔피언십 출전을 번복하고 불참했다. 그 다음 주인 지난달 13일 열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9개홀에서 6오버파를 기록한 뒤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 통증을 이유로 기권하고 말았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기권 후 그는 “너무 일찍 복귀를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왼쪽 무릎은 그를 자주 무릎 꿇게 만들었지만 우승에 극적인 효과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2008년 US오픈이 대표적이다. 4월 마스터스가 끝난 뒤 왼쪽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은 우즈는 그 해 6월 US오픈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4라운드를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 공동 선두로 마쳤다. 이튿날 19개 홀 연장 사투 끝에 우승한 직후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고 8개월간의 재활에 매달렸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우즈에게 무릎은 ‘부진의 가림막’으로 의심받으며 곱지 않은 시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섹스 스캔들로 인해 2009년 11월 호주마스터스 제패 이후 22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무릎 부상이 동정론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풀이다. 우즈는 이날 “오는 30일 시작하는 AT&T내셔널 대회와 올해 남은 다른 2개의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는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또 트위터에는 “장기간의 성과를 위한 짧은 실망(Short-term frustration for long-term gain)”이라는 글을 올렸다. 우즈가 무릎 부상을 무릅쓰고 ‘골프황제’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팬들은 우즈가 하루 빨리 복귀해 잭 니클로스(70ㆍ미국)의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18승)에 도전하는 부활의 샷을 날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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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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