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성택 경제조치 매국행위" 매도… 남북경협 당분간 냉각 가능성

■ 北 장성택 숙청 이후<br>자본유치 통한 개발 후퇴 암시 내부단속 강화로 폐쇄정책 펼듯<br>'김일성 유훈' 어기고 금 매각 張 측근 망명설 등 루머 난무

북한이 숙청된 장성택의 행위를 '매국행위'로 규정함에 따라 남북 간 경제협력도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내부 사정과 관련된 갖가지 루머는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어 북한 체제와 관련된 주변국의 불안은 한층 심해지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1일 "장성택 일당이야말로 리승엽과 박헌영 일당과 꼭 같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극악한 종파 무리"라고 장성택을 강하게 비판했다. 리승엽과 박헌영은 1950년대에 미국 간첩으로 몰려 숙청된 남로당 계열 인사들로 북한에서는 매국 행위자로 분류된다. 북한 노동신문 또 이날 전승훈 내각 부총리의 말을 소개하며 "장성택은 석탄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감행하면서 주체비료 생산기지에 우선적으로 보장하게 돼 있는 석탄도 제때 넣어주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장성택의 경제 정책을 매도했다.

이 같은 북한 내부 발언은 장성택이 지금껏 강조해온 중국과의 교역 및 타국 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개발 기조가 후퇴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택의 숙청을 지켜본 북한 경제 관료들이 장성택과 비슷한 경제 노선을 김정은에게 건의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김정은 유일체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타국과의 협력보다는 내부 단속에 신경 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를 해제한다 하더라도 북한과 경제협력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 실각으로 북한이 김정은 위상 강화에 신경을 쓰는 가운데 경제협력을 선 제안하는 것은 자칫 남쪽이 머리를 숙이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서로 간 노력으로 경제협력이 이뤄진다 해도 우리 언론이나 정부 당국자의 말에서 북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발언이 나온다면 협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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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또한 "장성택을 외부의 적대세력과 동조한 세력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북한 체제가 급속히 경직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대남 노선이 강경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성택 실각 이후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는 갖가지 루머 또한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몇 달 전부터 금을 내다 팔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현재 시가 80억달러 상당인 2,000톤의 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은 김일성 전 주석이 "절대 내다 팔지 말라"고 강조한 북한 경제의 최후 보루로 평가받지만 이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경제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경제가 악화되면 핵실험 강행 등의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대남 기조도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장성택 측근 인사 망명설 ▦북한 핵개발 기밀 유출설 ▦장성택 숙청 관련 중국과 교류설 ▦장성택 인사들과 인민군 간 총격설 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루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사실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전자출입체계(RFID) 도입 공사가 이날 개성 현지에서 시작됐다. 다만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내부 상황이 개성공단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현재로서는 나타난 것이 없지만 앞으로도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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