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통신시장 파이를 키우자

탈규제ㆍ자유화ㆍ개방화 등으로 설명되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시장 친화적인 경쟁정책으로 압축될 수 있다. 반도체ㆍ조선ㆍ철강ㆍ통신 등 국내총생산(GDP)를 이끌고 있는 국내 주요 산업군의 국제경쟁력도 향후 기업경영에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차기 정부의 굳은 의지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앞서 열거한 산업군 중 국민들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분야가 바로 통신산업이다. 그런 연유로 최근 통신업계는 시장 지향적인 경쟁정책으로 어떻게 하면 요금을 자율적으로 인하할 수 있을지 그 묘안을 찾으려고 분주한 모습이다. 이동통신시장은 3개 사업자가 대략 5:3:2로 시장을 나누고 있다. 올해부터는 이들의 망을 빌려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금융권, 유통업계, 대형 포탈 등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후보군이 거론되는 것을 보니 이통시장의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 하다. 문제는 유선시장이다. 한국의 유선시장은 한 사업자가 시장 전체 매출의 90%이상을 점하고 있는 전형적인 독점구조다. 하나로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 등이 시장에 진입해 있으나 초고속인터넷을 제외하고는 시장점유율을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유선통신시장의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가입자망ㆍ관로ㆍ전주 및 케이블 등 필수설비를 포함한 종합적 사업능력 측면에 있어서도 1위 사업자가 타사보다 현저하게 우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유선시장에 경쟁 바람을 불어넣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인터넷전화(VoIP) 외에는 특별한 경쟁유인이 없는 유선시장에서 기존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면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말 KT와 SK텔레콤은 각자 결합상품을 출시했지만 현재 가입자가 매우 미비해 실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이 향후 하나로텔레콤과 내놓은 결합상품은 KT그룹을 자극할 수 있다. 기존 유선사업자들은 시장이 침체돼 있기 때문에 경쟁이 활성화되는 상황을 원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죽었다고 그 시장에서 나오는 점점 줄어드는 떡을 나눠갖는데 연연하기보다는 치열한 경쟁으로 유선에 연계된 또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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