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외환당국, 장마감 4분전 35억弗 매도 폭탄… 27원 끌어내려

[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원·달러 환율 막판에 급락 <BR>"1차 방어선 1200원 지키자" 적극 대응으로 선회<BR>경제 펀더멘털 자신감충분한 외환보유액도 한몫


외환 당국이 장 초반 개입했음에도 환율상승이 이어지자 장 종료 4분 전 강력한 방어선을 쳤다. 당국은 장 막판 원ㆍ달러 환율을 27원이나 끌어내렸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방어를 선언한 외환 당국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외세력의 달러매수가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그동안 구두개입과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외환 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방어전략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역외세력이 유럽 신용위기를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한국 투자 유가증권을 처분할 경우 한국 금융과 외환시장은 물론 실물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선제적으로 환율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당국은 이날 '1,200원'을 사수하기 위해 평균적인 시장 개입 물량인 10~15억달러의 3배에 달하는 35억달러 이상의 달러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역외세력이 정부의 결연한 태도와 입장을 확인한 만큼 공격적인 달러매수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신용위기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원ㆍ달러 환율 상승세는 다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환 당국은 공격적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역외세력에 맞서 '1,200원'을 1차 방어선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일 유럽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환율이 1,240원까지 치솟은 것을 지켜본 외환당국은 이날 서울 외환 시장이 개장되자마자 대거 달러를 처분해 1,150원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역외세력의 달러 사자 주문이 몰리면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외환 당국은 1,190원대 중반에서는 지속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역외세력의 공격적인 매수 주문을 확인한 외환 당국은 결국 장 막판 대규모 매도물량을 쏟아내며 원ㆍ달러환율을 전일보다 13원이나 끌어내렸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외환 시장 동향과 관련해 정부는 최근에 외환 시장의 쏠림 현상이 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함께 외환 당국으로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사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경팔 외환은행 연구원은 "정부의 공격적인 달러매도와 구두 개입이 역외 세력에 환율방어에 나서는 외환 당국의 의지와 입장을 효율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주말 동안 유럽 신용경색 해결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원ㆍ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한국 유가증권을 연일 처분하며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역외세력에 맞서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하루에 20~30원 계속 오르는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한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 중 통화가치가 가장 빠르게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환율급등을 방어하는 실탄(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122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 말 당시 2,396억달러에 비해 700억달러 이상 많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만큼 외환 당국이 명분 쌓기용으로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해외 변수를 감안하면 외화 당국의 공격적인 시장 개입이 지속될 수 있느냐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은 1,150원~1,200원에서 변동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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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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