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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과 살집을 겹겹의 터치로 표현해 동양화의 특징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충만한 에너지가 보여주듯 '황소'는 이중섭(1916~1956)의 유작 가운데 백미다. 얼마나 소를 좋아했는지 이중섭은 생전에 소 잡는 백정보다 자신이 소를 더 잘 알 것이라고 호언할 정도였다. 오랜 세월 많은 소를 관찰해 화폭에 담았던 작가에게 근면하고 유순한, 그러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소는 우리 민족과 화가 자신을 의미하는 존재 그 자체였다. 때문에 그는 민족과 예술혼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는 모티브로 소를 그렸다. 금방이라도 치받을 듯한 황소의 역동적인 자세에서 무엇보다 분노의 감정이 느껴진다. 반면 황소의 선한 얼굴에는 애잔한 슬픔이 어려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던 그 시절, 우리네 심정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