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서봉수의 진단
제5보(75~100)
검토실에 뒤늦게 들어온 서봉수9단이 판을 대충 훑어보더니 말한다.
“창하오가 판을 잘못 짠 거 같아. 상변과 좌상귀의 실리를 너무 크게 내줬어. 이창호한테 실리로 밀리면 그것으로 끝이야.”
이창호 자신도 백78을 둘 무렵에는 이미 자기가 유리하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창하오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우변의 백이 미생이고 하변의 백도 다소 엷으므로 흑도 충분히 해볼 만한 바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82는 절묘한 응수타진.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이 수를 생략한 채로 84의 자리에 잡았다간 참고도1의 흑1, 3으로 거칠게 씌워오는 수가 강력하다. 그때 가서 백4로 붙여 보았자 흑5의 응수에 백의 대책이 없어지는 것이다.
백94는 정수. 참고도2의 백1로 버티는 것은 흑2 이하 6의 공격을 받아 바둑을 망치게 된다. 왼쪽 백이 어찌어찌 산다고 해도 하변의 백이 대신 희생되기 십상이다.
백98은 공격의 급소. 상변의 흑을 위협하면서 우변의 백을 후원하고 동시에 좌변의 흑세를 견제하는 일석삼조의 즐거운 수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8/04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