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지구를 지켜라' 영월 촬영현장

서울보다 10도정도 낮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함백산 정상부근에서 두 연기자들의 눈빛싸움과 벌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감독이 "대사는 "나쁜 짓이거든요"까지 갑니다. 그런데 감정은 평온했다가 바로 분노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눈빛을 강하게 뿜고 위로 좀 올리세요"라고 주문하자 신하균이 "네"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더갈께요"라는 감독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옆에 있던 조감독이 큰소리로 "움직이지 마세요. 다시 갑니다. 조용히 하세요"라며 주위를 환기시킨다. 일제히 40여명의 스탭진들이 하던일을 멈추고 촬영에 집중한다. 지난 13일 강원도 영월군 함백산 세트장 '지구를 지켜라'촬영현장은 비행장이 옆에 있는듯 강한 비행소리외에는 아무 방해도 없이 진행되는 순조로움을 보였다. 감독이 한 신마다 수차례의 재촬영을 진행했어도 오전7시부터 오후6시40분까지 30여컷을 찍었다. '유령'시나리오를 쓴 장준환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한 청년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한바탕 소도을 그린 아날로그 SF코미디다. 이날 촬영내용은 강사장(백윤식)을 외계인이라 믿고 납치한 병구와 강사장 실종사건을 추적해온 추형사(이재용)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다. 마네킹 제작자인 병구는 외계인을 연구하면서 부업으로 벌을 치고 있다. 병구는 결정적 단서를 확보, 자신을 체포하려는 추형사 얼굴에 꿀을 뿌린 뒤 도망치고 추형사는 벌떼에 쫓기다가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싸이더스의 23번째 영화 '지구를 지켜라'남자 주인공 병구의 집 오픈세트가 만들어져 있는 이곳은 서울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첩첩산중 오지다. 폐광의 흔적이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는 둔덕에 집 한채가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입구 양쪽에는 '지구마네킨''강원양봉협회 양봉'이라는 평범한 간판이 있는 강원도 전통 너와집이지만 전파 송신기 등이 달려있어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세트아래쪽에는 50여개의 노란양봉통이 놓여져 있어 직업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옆에는 이곳 탄광시절 쓰여졌던 수영장 같은 곳에 놋물이 고여있어 장소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한다. 제작진은 지난 8월초부터 이곳에서 촬영을 계속 해왔다. 폭우 때문에 촬영이 늦어졌다. 장준환감독은 "극중 분위기에 맞는 곳을 찾기 위해 강원도 폐광촌을 샅샅이 뒤진 끝에 찾아냈다"면서 "들어올때는 일찍 찍고 나갈줄 알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많이 늦어졌다. 단풍이 들기전에는 찍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어 사라 태풍 올때는 여관방에서 혼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선아PD는 특이한 세트장 질문에 대해 "무대는 주인공 병구 집 지하실과 양봉장이 있는 집뜰 야외다. 지하실은 주로 부산 세트장에서, 야외는 이곳에서 하는데 세트장이 현재 부산 4군데와 여기 이곳인데, 세트장 모두 5억원을 들여 지었다. 그러면 여기는 얼말까요?"라고 말해 주위를 웃게 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꿀은 물엿. 추형사의 얼굴에 달라붙은 벌은 냉장고에 넣어 기절시킨 벌. 그러나 기절안? 일부 벌들이 있어 이재용 얼굴에 침을 쏘아 순간 당황도 했으나 연기자의 오랜 내공으로 1시간의 걸친 촬영을 견뎌냈다. 수만마리 벌떼의 공격은 컴퓨터 그래픽작업으로 완성된다. 장감독은 해당 장면을 수차례 찍으면서 그때마다 모니터에 양손을 대고 움직이면서 벌떼들이 공격하는 모습을 CG팀에 주문했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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