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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고양이 쥐 쫓듯 '뱅글뱅글'…격렬한 자리 다툼

급격한 방향 전환에 바다에 빠질 듯 아찔함 느껴지기도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앞바다에서 열린 월드매치레이싱투어 코리아매치컵 예선전에서 일본의 나수키 모토요시가 이끄는 경기용 요트가 바람을 가르며 순항하고 있다.사진제공=코리아매치컵 대회조직위원회

경기 시작 7분 전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자 출발을 관리하는 바우맨(Bowman)의 입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명의 일본 요트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요트의 선장격인 ‘스키퍼(Skipper)’가 “하야쿠 하야쿠(빨리 빨리)”를 외치자 돛을 관리하는 선수들의 손동작이 빨라졌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앞바다에서 2011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선발전이 펼쳐졌다. 오는 6월 8~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월드매치레이싱투어 코리아매치컵을 앞두고 참가할 팀을 선발하는 예선전이었다. 기자는 이날 세계랭킹 126위의 나수키 모토요시가 이끄는 일본팀의 요트에 승선해 경기를 지켜봤다. 요트 뒤의 안전 바를 잡고 20여분간 진행되는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방식이었다. ◇치열한 자리 싸움…출발이 사실상 승부 좌우= 두 대의 요트가 맞대결하는 매치레이싱 방식으로 펼쳐진 이날 경기에선 길이 11m, 무게 4.5톤의 5인승 요트가 사용됐다. 부유층들이 즐기는 호화 요트와 달리 내부에는 선실도 없고 비치품도 전혀 없었다. 배에 오르자 바람을 쫓는 요트의 전투가 개시됐다. 육상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와 달리 해상 레이스는 조류의 영향으로 출발선상에 정지한 채 동시에 출발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가상의 스타트 라인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출발 신호 전까지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싸움을 벌인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쫓듯 두 대의 요트가 상대 선미를 향해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돌았다. 선수들은 흔들리는 선상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스키퍼가 “미기니(오른쪽)”를 외치자 4명의 선수들이 동시에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배가 왼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좁은 스타트 구역에서 두 대의 요트가 격렬한 싸움을 벌이다 보니 긴박한 장면도 연출됐다. 호주팀 요트가 일본팀 요트의 후미를 들이받아 강한 충격이 요트에 전달됐다. 충격의 와중에도 선수들은 배의 방향을 조정하며 좋은 자리를 지켜냈다. 경기 체험이 끝난 뒤 요트 전문가인 김동영 ㈜세일코리아 대표는 “출발할 때 바람을 얼마나 잘 받느냐가 사실상 승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돛 교체에 10초, 방향 전환엔 5명이 한 몸처럼= 출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일본팀 요트는 순풍을 타고 경기 해역을 쏜살같이 빠져나갔고 노란색 부표로 표시된 약 700m 거리의 반환점을 안정적으로 돌았다.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바람의 힘만 이용하는 요트는 지그재그로 항해하면서 바람의 영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게 관건이다.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배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태킹(Tacking)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다. 일본팀은 태킹에 능수능란했다. 스키퍼가 “이치, 니, 산(1, 2, 3)”을 외치자 45도로 기운 요트의 왼쪽 모서리에 걸터앉아 있던 5명의 선원들이 한 몸처럼 동시에 오른쪽 모서리로 이동하면서 돛의 방향을 조정했다. 요트의 시속은 20km 남짓이었지만 중심이 좌우로 급격하게 바뀌는 통에 기자는 바닷속으로 빠질 것 같아 안전 바를 움켜쥐어야 했다. 일본팀 요트는 반환점을 돈 뒤 ‘제네커’라는 대형 돛으로 바꿔 달았다. 돛을 바꾸는 데 소요된 시간은 길어야 10초. 뒷바람을 대형 돛으로 한껏 전달 받은 일본팀 요트는 목적지를 향해 미끄러져 나갔다. 선수들은 그제서야 배 한쪽에 걸터앉아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출발부터 바람을 잘 이용한 일본 선수들은 호주팀 요트보다 한발 앞서 결승점에 닿았고 기자도 비로소 안전 바를 잡은 손에 힘을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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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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