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홈스쿨 길라잡이] ② 어떤 책을 읽게 하나?

'책 나이' 맞게 골라줘야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하는 첫걸음은 ‘아이에게 맞는’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이다.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은 어떤 것일까? 어떤 책을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책 나이’를 알아야 한다. 책 나이는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책의 수준, 아이 나름의 개성, 기호, 경험, 정서를 포함한다. 3학년이라고 해서 꼭 3학년 대상의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학년 책도 읽을 수 있고 6학년 책도 읽을 수 있다. 책은 그야말로 꼼꼼하게 읽으면서 의미를 해석하고 자기 생각을 키워가는 독자적인 지적 활동이다. 이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실제 나이가 아닌 독서수준, 다시 말해서 ‘책 나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이의 책 나이를 파악하는 일이 끝났다면, 아이에게 주고자 하는 책을 일반 서평이나 추천에 의존하지 말고 엄마(아빠)가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이들은 책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 내용은 책을 고를 때 가장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결과가 뻔한 이야기나 지나치게 도덕적인 교훈이 강조되는 이야기는 피하는 게 좋다. 또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고, 인종이나 종교, 문화, 남녀차이에 대한 편견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더불어 학습을 강요하는 책도 피하는 게 좋다.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최근 쏟아져 나오는 만화로 된 신화, 세계 명작들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선택하자. 깊이가 없는 책은 아이에게 양분이 될 수 없다. 좋은 책은 두고두고 마르고 닳도록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라고 해서 밝고 희망찬 꿈만 꾸며 사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삶의 괴로움과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 고민들을 생생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책도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숨결이나 사상, 가치 등이 잘려 나간 채 줄거리만 엉성하게 간추려져 있는 요약판 책도 피하도록 하자.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어려운 내용의 책을 줄거리만이라도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 정도라도 읽어 두면 학교 성적이나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줄거리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제대로 작품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때 원전으로 읽게 하자. 책에 그려진 그림도 내용 못지 않게 책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림이 너무 조잡하거나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돼 있지는 않은지, 색감이 원색 위주로 돼 있어 눈을 피로하게 하지는 않은지, 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구도는 편안한지, 화면 구성은 창의적인지, 표현기법은 뛰어난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의 감성에 미칠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또 틈이 날 때마다 아이와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다니는 것도 책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좋은 방법이다. 어린이 전문 출판사의 책이나 각종 도서 단체의 권장 도서 목록, 인터넷 서평, 신문의 추천도서 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학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삶의 참모습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행위이다. 지금 아이들은 방학 중이다. 그동안 공부를 핑계로 미뤄뒀거나 뒷전이었던 책 읽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자. 아이에게 맞은 책을 골라주어 책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보게 해 주자. 이 시기에 읽은 책은 인생이라는 나무에 훌륭한 거름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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