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北급변 예의주시 한다더니…" 이틀 지나도록 낌새도 못챘다

외교ㆍ통일ㆍ국방부 등 북한 상황 변화 예의주시해

통일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19일 정오 조선중앙방송이 특별방송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알릴 때까지 전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평소 이날 북한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급변 사태’에 대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그 같은 발언이 유명무실했음이 드러났다. 북한이 이날 정오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때 정부 내부에서는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특별방송이라는 제목이 붙은 경우는 지난 1994년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이 사망한 때가 유일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특별방송이 예고된 정오에 기자들과 북한 TV를 모니터하던 중 북한 아나운서가 검은 옷을 입고 나오자 얼굴이 사색이 돼 곧바로 장관실로 직행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현장 지도를 했고 북한 내 특이 동향도 없었다”며 “김 위원장의 사망 여부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서도 고위 당국자들이 뒤늦게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점심식사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기자들이 장관실로 찾아갔으나, 주요 당국자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나간 뒤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사망 소식이 발표된 정오 이전에 미리 알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가 “적어도 나는 몰랐다”며 “중국이나 외교관계를 통해 사망 소식을 언질 받은 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은 자국 입장에서 중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 사망사실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은 발표 당시 각각 국회와 전방지역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일정을 중단하고 부처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는 (사망 사실을) 2일 동안 몰랐는데 맹인이라 할 만큼 아는 게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민사회나 탈북자 접근 등을 통해서라도 (북한에) 접근했어야 하지만 (정부가)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는 각각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차관 주재 간부회의를 통해 차관이 주재하는 대책반과 정책실장 책임으로 하는 상황실을 각각 설치키로 했다”며 “이를 통해 북한 동향을 긴밀히 파악하고 앞으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박석환 제1차관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설치하기로 했다. 재외공관에 비상대기태세를 내리고, 주요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연락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를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의 동향을 긴밀히 파악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등 북한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전군에 비상경계태세 2급을 발령했다. 국방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19일 오후 12시10분 국방부와 합참이 긴급조치반을 구성한 뒤 12시20분에 초기대응반을 구성했고, 12시30분 전군에 경계태세 2급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북한군의 도발 임박 징후 등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도 이날 전 경찰에 비상경계근무령을 내리고 조현오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 수뇌부 회의를 열었다. 경찰은 초기 대응반을 소집하고,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등 지역 지휘관은 대응 태세를 각별히 강화하기로 했다. 조 청장은 “그동안 ‘충무계획’(전시 기관ㆍ주민별 행동지침)에 따라 훈련한 매뉴얼 대로 차질 없이 대비 태세를 갖추고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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