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재영의 남성학] 전족 풍속에 담긴 뜻

‘동서들은 내 큰 발을 판자 같다 꺼리고, 시부모님은 오리 같다고 미워하네. 남편도 낮에는 다른 의자에 앉고 밤에도 따로따로 자네. 어쩌다 잠자리를 같이 해도 천으로 큰 발을 가리네.’ 중국 사천 지방 민요로 전족 풍속의 뿌리 깊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여성미의 평가 기준이었던 전족은 크기는 6치라야 했으니, 18㎝에 불과한 작고 앙증맞은 발이어야 했다. 따라서 딸을 낳으면 어려서부터 천으로 발을 졸라맸는데 이는 음양철학에서 기인했으니, 음에 해당하는 여성은 작고 부드러우며 곡선미가 있어야 했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전족에 매료되었던 것은 정조론도 한몫을 했다. 전족으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여인들은 자연히 내당에 거처하며 바깥나들이를 삼가 했으니, 외도의 기회가 원천 봉쇄되었던 것이다. 옷이 무거울 정도로 가녀린 발목인지라 노동력도 상실해 남편의 뜻에 순종하며 처분만을 바라고 살아가야 하는 팔자였다. 전족으로 인해 변태적인 성적 취향도 생겨났으니, 단단하게 발을 감쌀 때마다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듣고 쾌감을 느끼는 성욕도착증과 하루 종일 감싼 전족천의 냄새를 맡으며 흥분하는 것이었다. 이를 전족광이라 하는데, ‘중국민족의 정신’이란 책을 쓴 고홍명(辜鴻銘)이 대표적 인물이다. 중화민국 초기 외교를 관장했던 그는 당시로는 드물게 영국에 유학한 엘리트였는데 기생들의 발을 감싼 전족천을 벗겨내 냄새 맡기를 즐겼다. 발 냄새가 진동하는 전족천에 코를 킁킁거리는 성적 페티시즘을 즐긴 사람들은 무척 많았는데 “부녀자의 발 냄새는 전족보다 향기로워 부드럽게 도취 시키니 정말 진품”이라며 성욕을 해소했다고 한다. 민족성이 다르듯 나라마다 성문화도 독창성이 있으니, 중국의 대표적 성풍속인 전족은 여성을 독점하고 지배하려는 남성우월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족으로 여성을 묶어두려는 속셈인데, 이는 여성이 성적으로 남성보다 우월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성을 연구했던 중국에서는 남성은 불, 여성은 물로 파악했다. 불에 해당하는 남성은 쉽게 타오르지만 금방 꺼진다. 하지만 물에 해당하는 여성은 오랜 시간 불을 쪼여야 끊고 쉽게 식지 않는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 때문에 아무리 강한 남성도 여성을 만족시켜 주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혹한 풍속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남성은 발기부전과 조루, 왜소 콤플렉스로 성적으로 여성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도 여성보다 약하고, 여성을 만족시킬 자신이 부족한 남성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이러한 남성들의 부실한 성기능을 개선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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