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기사는 조치훈의 친형 조상연, 김현정초단을 포함해 불과 6명. 그러나 20명에 육박하는 대만 기사는 물론 400명이 넘는 일본 본바닥 기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가히 「일당백」인 셈이다. 2000년에도 이들 한국 기사들의 승전보를 기대해본다.먼저 맏형뻘인 조치훈9단이 지난 12·13일 이틀간 열린 기성전 제1국에서 도전자 왕리청(王立誠)9단을 맞아 273수만에 백으로 4집반승을 거둬 산뜻한 출발을 했다. 조9단이 이번 기성전 방어에 성공하면 제20기부터 5연패 달성은 물론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예전의 조치훈이 아니다.』
지난해 혼인보에서 조치훈이 대실착을 범해 조선진에게 무너졌을 때 바둑계 일각에서 나왔던 말이다. 그러나 조치훈은 여전히 일본 바둑의 1인자다. 일본 타이틀 1~2위인 기세이(우승상금 1,500만엔)와 메이진(1,200만엔)을 4년째 보유하고 있다. 99년 통산전적은 31승21패로 승률은 약 59%.
명성에 비해 승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치훈의 무서움은 8시간동안 치러지는 주요 타이틀전에서 나온다. 조9단은 타이틀이 걸린 7번기 승부에 모두 34차례 나가 29회에 걸쳐 정상에 올랐다. 최정상급 기사들을 상대로 85%의 놀라운 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조선진9단은 지난해 랭킹 3위(상금 1,000만엔) 혼인보를 따냄으로써 조치훈에 이어 2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국제기전인 제4회 삼성화재배 결승에도 진출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기세이·왕좌전 등에서 본선행에 실패하는 등 일본 국내성적이 썩 좋지는 않지만 「착수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통산전적은 20승 14패로 58% 정도.
유시훈7단은 지난해 「반집의 악몽」에 사로잡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기세이 리그전 최종국에서 왕리청에서 반집패, 플레이오프 진출권까지 놓쳤다. 또 천원전 준결승전에서도 역시 반집으로 패해 도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99년 통산전적은 40승 18패, 69%의 승률로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다. 운만 조금 따라준다면 2관왕까지 달성했던 왕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준5단은 「제2의 조치훈」이라 불리면서 일본바둑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지난해 통산전적은 51승 13패. 99년 다승 5위로 무려 80%에 달하는 승률을 자랑한다. 나이도 20세에 불과해 「언제 일을 낼지 모르는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