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리셋 에너지정책] "누진제 개편+요금인상 병행을"

■ 코드를 뽑으면 경제가 웃어요<br>하반기 전기료 체계 수술… 효과 보려면<br>누진 구간만 완화땐 중산층 부담 줄어<br>소비량 되레 늘수도

전기요금 체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부도 개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파동을 겪은 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비리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전기요금은 전반적인 체계개편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전기요금 수술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개편 방향과 폭이다. 산업부는 아직까지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원전 파동에 대한 국민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한 탓이다. 하지만 하반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요금인상이 한꺼번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총 6단계로 누진 요금을 매기는 데 이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 100kWh 단위로 요금 구간이 나눠진다. 단적으로 100kWh 이하까지는 요금(고압기준)이 59원10전이지만 500kWh를 초과하면 요금이 무려 690원80전으로 높아진다. 전기 사용량이 적은 서민층을 보호하고 전기절약을 유도한다는 목적으로 1970년대 만들어진 요금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일반 가정에 냉ㆍ난방기기 보급이 늘면서 이 누진제가 큰 문제가 됐다. 과거 소비량 기준으로 요금이 설계돼 있다 보니 에어컨이나 난방기기를 조금만 가동해도 높은 요금 구간에 들어가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압 전력 사용 가구의 70% 이상이 300kWh 이상 400kWh미만의 전기 사용량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조금만 전기를 더 써도 전기료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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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따라 누진 구간을 3~4단계로 완화하는 등 다양한 개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은 경감되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들이나 1인 가구의 부담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누진제 개편이 결국 전기 소비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요금 합리화를 위해서는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소비량 증가로 이어진다면 전력난을 겪는 정부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밀양 송전탑과 위조 부품 파동 등으로 신규 원전 가동이 힘들어지면서 올겨울에도 전력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진제 개편과 더불어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요금 합리화와 전기수요 억제, 한국전력의 손실 보전 등 다양한 효과를 모두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첫 전기요금 개편인 만큼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수술에 나서줄 것을 주문한다. 단순히 주택용 요금제 누진제 개편에 간헐적인 요금인상을 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요금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체적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의 논리와 동떨어진 요금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전기요금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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