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난데 없는 공직교육 열풍

국민권익위원회가 요새 참 바쁘다. 얼마 전 "나라가 온통 썩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호통이 있은 뒤 정부 각 부처를 돌아다니며 쉴 새 없이 청렴 교육에 나서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7월 한 달 동안 권익위에 청렴 교육이 예정된 기관만 20개에 달한다. 참석 인원도 4,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소위 '힘 있는 부처'인 행안부ㆍ지식경제부ㆍ농수산식품부ㆍ방위사업청 등이 줄줄이 교육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데 이를 두고 권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직사회 내 청렴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며 자평하고 나섰다. 조선시대의 청렴한 관료를 뜻하던 청백리(淸白吏)가 이젠 이상(理想)으로만 남은 요즘 세상에서 제 스스로 청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부패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제 스스로 홍보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 공직 사회가 일그러진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대통령의 호통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요새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공직자들의 부패 시리즈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뒤이어 나온 금융감독원 비리, 국토해양부의 비리 등 최근 뉴스를 도배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대표적인 예일 뿐이다. 공기업 직원들이 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적인 주식거래에 나서고 법인카드를 이용해 수천만원짜리 유흥을 즐긴다는 얘기도 최근 기사화 되는 등 우리나라의 부패시리즈는 요새 정부ㆍ공기업, 아래ㆍ위가 따로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이 부패에 취약한 정권말기라는 사실이다. 정권의 레임덕은 새 권력에 기생하려는 자들과 죽어가는 권력의 마지막 단물을 빼먹으려 하는 자들 간의 아귀다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부패가 문화처럼 자리 잡은 사회에서 정권 말의 부패 전쟁을 청렴 교육만으로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싱가포르의 공직자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청렴도를 자랑하는 이유는 바로 정치적 독립이 보장되는 반 부패 전담 조사기관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교육 기관이 아닌 강력한 조사권을 지닌 독립적 감시 기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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