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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도시문화를 바꾼다] <1>기업, 건축을 만나다

작품으로 승화된 사옥들 '도심 랜드마크'로 자리매김<br>90년대 금융사 신축 잇달아 건축에 활력 불어 넣어<br>사옥으로 첫 대상 포스코센터 15년 넘게 강남 대표 건물로<br>SKT·금호아시아나 빌딩은 독특한 외관·야경 선보여

SK텔레콤사옥

포스코센터

약관(弱冠). 갓을 쓴다는 의미로 20세, 즉 성년이 됐음을 뜻한다.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한국건축문화대상이 올해로 20회를 맞으면서 성년의 길목에 접어든다. 지난 1992년 '건축은 문화다'라는 대명제를 내걸고 첫발을 내디딘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그동안 수많은 건축 역작을 발굴하면서 건축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오면서 이제는 국내 여느 건축상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독보적인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국건축문화대상은 단순한 상을 넘어 한국 건축의 변화를 담아내는 것은 물론 미래 건축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을 통해 지난 20년간 한국 건축이 걸어온 길을 매주 1회 재조명한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20년 동안 다양한 작품을 발굴해내는 과정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크고 작은 기업의 사옥(社屋)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역대 수상작을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20년간 한국 기업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다. ◇금융, 건축에 활력을 불어넣다=1990년대 중반 한국 산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업종은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이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이 시기 한국건축문화대상을 통해 선보인 기업 사옥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등 금융중심지에 지어진 금융기업 본사였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인 대한투자신탁ㆍ동양증권ㆍ쌍용투자증권ㆍ동양투자신탁ㆍ교보생명보험 상계동사옥 등이 모두 1990년대에 선보인 작품들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테헤란로 등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이 기존 도심 업무중심지를 급격하게 대체하면서 강남 시대의 상징으로 불리는 사옥들도 이 시기에 선보였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포스코센터다. 포스코센터는 1995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기업 사옥으로는 처음으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규모와 외관으로 단번에 테헤란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만 해도 초현대식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됐던 포스코센터는 철과 유리만을 사용해 철강기업의 이미지를 건축에 녹여내면서 야간 경관까지 고려한 설계ㆍ시공으로 지금까지 강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동사거리에 독특한 외모로 자리잡고 있는 글라스타워 역시 한국건축문화대상이 발굴한 테헤란로의 또 다른 상징물이다. 유리를 소재로 한 커튼월 공법으로 지어졌음에도 부드러운 곡선미를 살린 글라스타워는 완공 후 16년이 지났음에도 그 자체로 '삼성동사거리'라는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 건축물이다. 1999년 본상 수상작인 '구산타워'의 경우 대기업 사옥은 아니지만 건축에 대한 건축주의 열정이 좋은 작품에 없어서는 안될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건축주가 땅을 사 이 건물을 짓는 데 꼬박 10년이 넘는 공을 들였다. 당시 증권사 임원이던 건축주는 21개 필지로 쪼개진 부지를 사는 데만 3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1992년 착공해 완공하기까지 그가 들인 시간은 무려 7년. 좋은 석재를 얻기 위해 해외 각국을 누비고 다니는가 하면 자메이카 여행 중에는 건물 화장실에 걸어놓을 만한 그림을 사려고 가던 차를 멈추기도 했다. '시간이 돈'이라는 임대용 빌딩 건축에서는 생각조차 할수 없는 일이었다. 십여년 동안 한결같은 애착과 열정으로 뛰어난 건축작품을 빚어낸 것이다. ◇사옥, 도시의 상징이 되다=기업 사옥 건축은 2000년대 들어 규모와 디자인에서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과 조우하게 된다. 이중 교보생명ㆍ포스코 등은 한국건축문화대상과 유독 많은 인연을 맺어 눈길을 끈다. 1999년 상계동사옥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만난 교보생명은 이듬해인 2000년 강릉사옥(입선), 2003년 서초사옥(입선) 등 각 지역 사옥으로 세 번이나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 역시 포스코센터 이후 포스코역사관(2003년ㆍ본상), 포스틸타워(2003년ㆍ입선), 포항공대 청암학술정보관(2004년ㆍ입선), 송도더샵퍼스트월드(2010ㆍ우수상) 계열사를 통해 꾸준히 한국건축문화대상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강남 등에 밀려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도심권에도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의 신사옥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청계천변에 자리잡은 SK텔레콤 사옥(SK T타워ㆍ2005년 우수상)은 건물 상층부가 앞으로 꺾인 독특한 외관으로 낡은 도심의 명물 역할을 하고 있다. 휴대폰 폴더를 형상화하기도 한 빌딩의 외관은 회사의 이미지를 건물로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민간부문 본상 수상작인 금호아시아나 본관 빌딩은 유리의 미래지향적 느낌과 부드러운 곡선이 만나는 건축물이다. 특히 LED조명으로 색다른 야경을 연출하는데다 폐쇄적인 기존 사옥 이미지를 벗고 1층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등 사옥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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