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원高·고유가시대의 생존전략

원화와 기름 값이 치솟으면서 경제의 고통지수도 자꾸 올라가고 있다. 떨어지는 환율과 치솟는 유가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져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날로 늘고 있다. 글로벌 톱5 진입을 노리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환율 때문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가격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익이 갈수록 줄어 비상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들조차 이런 상황이니 다른 기업들은 물어보나마나다.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사이 외국제품이 몰려들어 상품수지 흑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런 반면 연말연시나 휴가철에 집중됐던 해외여행은 이제 연중무휴로 이뤄져 서비스수지는 달이 바뀔 때마다 신기록 행진이다. 이런 추세라면 서비스수지 적자가 상품수지 흑자를 웃도는 것도 시간문제다. 국제수지의 악화는 국부(國富)의 유출을 뜻한다. 소비심리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여 걱정이 없었던 물가 역시 이제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제경쟁력 없으면 설 땅 잃어 그러나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원고와 고유가는 쉽게 돌이키기 어려운 추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달러당 1,011원이던 원ㆍ달러환율은 920원까지 떨어졌다. 800원대 진입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걱정스러운 전망도 들린다. 유가 역시 예측하기 어렵지만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환율이나 유가, 어느 것 하나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환율의 단기급락을 막아야 한다며 당국의 개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정부대책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시장개입에 나섰다가 더 큰 화를 불러왔던 과거의 경험이다. 유가 역시 남미의 자원국유화 바람까지 가세해 가격협상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원고와 고유가의 지속은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것이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도 결코 쉽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원ㆍ달러환율이 5% 떨어지면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29억달러 줄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3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성장둔화는 재정운용 등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다. 국민생활의 패턴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봐야 한다. 우선 고유가로 인한 변화다. 유가인상으로 승용차 이용이 크게 줄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에 이르자 주유소 가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온다. 앞으로 경차 이용이 크게 늘 것이다. 산업정책도 유류절약형 체제로 가속화한다. 자동차 위주로 돼 있는 도로정책도 자전거 위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름사용이 많은 기업의 주가는 떨어지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의 주식이 치솟는다.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예고하는 대목이다. 원고가 가져올 변화는 더욱 엄청나다. 해외쇼핑과 해외여행ㆍ언어연수ㆍ해외유학은 더욱 늘어난다. 중산층 이상이 즐기던 골프관광은 서민들에게까지 확산된다. 국산과 외제를 구분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거의 사라진다. 애국심에 호소해 장사하는 시대는 지나간다는 얘기다. 당연히 국내시장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상품도, 서비스도 국산이 비싸면 외제를 고르고 국내에 없으면 밖으로 나갈 것이다. 경쟁력 없는 골프장, 의료와 교육서비스가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진다. 기업 체질개선 기회 삼아야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저가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제품도, 서비스도 이제 가격경쟁력은 기본이고 품질과 디자인ㆍ기술ㆍ브랜드 등 비가격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원고와 고유가는 분명 위기요인이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만 강화된다. 지금 당장 고통이 심하다고 해서 변칙을 쓰거나 구태의연한 방법에 의존해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기업ㆍ정부ㆍ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체질을 개선하고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원고와 고유가는 우리 경제가 선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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