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25일 롯데제과(004990)를 제치고 1등 황제주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 13일 처음으로 주가 200만원대를 돌파하며 황제주 자리를 위협한 지 8거래일 만이다.
하지만 황제주 대관식을 바라보는 일반 투자자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 탓에 일부 대주주와 기관, 외국인 등만이 수혜를 누리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5.54%(12만원) 오른 228만 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주당 가격이 가장 비싼 황제주가 됐다. 그동안 줄곧 황제주 자리를 지켜왔던 롯데제과는 0.35% 하락한 228만4,000원에 마감하며 새로운 황제주의 등극을 바라봐야만 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장중 아모레퍼시픽이 롯데제과를 앞선 것은 지난 13일 한 차례 있었지만 종가 기준으로 최고 황제주 자리에 오른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제주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종목을 뜻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제과를 포함해 7개 종목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황제주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주가가 123만9,000원까지 오르며 당시 최고 황제주 자리를 넘봤던 오리온은 담철곤 회장이 회사 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가가 급락, 현재는 9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롯데제과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됐던 남양유업도 106만원을 끝으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회사가 자발적으로 황제주의 지위를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 1999년 11월16일 종가기준으로 20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듬해 3월에는 481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식 가격이 너무 높아지자 SK텔레콤은 유동성 확대와 투자저변 확대를 위해 주당 5,000원이었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해 주식가격을 20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낮췄다. 200만원이 넘는 고가주를 액면분할한 것은 SK텔레콤 사례가 유일하다.
이날 황제주의 자리가 뒤바뀌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반 투자자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연구실장은 "아모레퍼시픽이 황제주 자리에 올랐지만 높은 주가 탓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그림의 떡일 뿐"이라면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와 고액 투자가 가능한 기관·외국인들만 주가 상승의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기업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투자자의 접근이 저해되고 유동성도 줄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과거 SK텔레콤의 사례처럼 황제주에 대해서는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