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끝없는 정쟁] 경제회생에 찬물

해를 넘기며 끝모르게 계속되는 정치싸움이 모처럼 회생기미를 보이는 「경제살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회가 장기 공전됨에 따라 당초 지난 1일 시행키로 한 500여건의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대다수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은 요인 중 하나가 고질화된 정쟁때문이었는데 바로 그 정치가 또다시 경제 구조개혁 작업의 뒷덜미를 잡고 나선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쟁의 장기화는 대외신인도 추락과 경제회복 지연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지적, 정치권이 각성하고 민생사안을 분리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야는 4일 국회 529호실 난입사건을 둘러싼 맞고소와 비난·비방전으로 새해 첫 업무를 시작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 범법행위」로 규정, 엄중한 형사처벌과 비리의원 체포동의안 선별처리 등을 천명하고 5일 단독국회를 열어서라도 민생·개혁관련 법안과 경제청문회 국정조사계획서를 통과시킨다는 강경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 총재 기자회견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안기부장 사퇴를 주장하고 여당 단독국회에 대한 실력저지와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국회 개점휴업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우선 1일부터 시행키로 했던 보험업 진입장벽 철폐 등 외국인 투자유치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워 기업들로서는 외국인 투자가에 대해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장단기 자금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재정경제위의 공기업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법, 금융기관 부실자산처리법 등은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매각, 금융기관 통페합, 공기업 구조조정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여권분실신고제도 폐지법안 등 국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민생관련 법안들과 건설업 면허등록제 전환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방안 등 정부가 지난해말 확정한 각종 경제시책도 대거 연기될 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은 규제개혁법안 185건 등 모두 460건으로 이는 지난해 정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법률안 653건의 70%에 해당된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해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합친 115일의 회기 동안 법률 175건만을 처리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을 계류상태로 둔 것이다. 상임위별로 계류된 법안 건수를 살펴보면 행정자치위가 87건으로 가장 많고 건설교통위가 건축사법개정안 등 43건, 보건복지위가 약사법개정안 등 33건, 산업자원위가 전기용품안전관리법개정안 등 33건 등이다. 또 재경위는 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성업공사 설립에 관한 법률 등 27건, 해양수산위는 선원법개정안 등 19건, 농수산위는 농지법개정안 등 18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국회가 당장 정상 운영된다 해도 현재 법사위를 통과한 은행법개정안 등 72건의 법안은 물론 규제개혁법안·교원노조법안·정년단축을 위한 교육공무원법개정안·한일어업협정 비준동의안 등 산적한 민생·개혁법안들은 시간이 없어 회기 내에 처리할 수 없거나 무더기 졸속 처리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들은 『더 기대할 것도 없는 정치권이야말로 퇴출대상 영순위』라며 『정치의 존재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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