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양양산불, 軍탄약고 덮쳤으나 위기모면

폭격과 충격 견디도록 지하벙커화

지난 5일 양양의 낙산사를 짚어 삼킨 산불이 군의 탄약고까지 덮쳤으나 탄약고가 견고한 지하벙커로 건설돼 아찔한 사고를 모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육군에 따르면 양양지역의 산불이 전날 오후 낙산사 주변의 군 탄약고를 타고 넘은 뒤 낙산사 서쪽 일주문과 대웅전을 차례로 태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시에 대비한 이 탄약고는 다행히 외부 폭격과 강한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하게 설계돼 강철이라도 녹일 듯이 거센 기세로 달려드는 화마를 견뎌낼수 있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로 외벽을 감싸고 그 위로 흙을 덮어 위장한 탄약고에는 크레모아, 박격포, 다연장포 등 각종 포탄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화마를 견뎌내지 못했다면 엄청난 피해가 날 뻔했다. 또 간이탄약고를 지켜내려는 군 장병의 노력도 불길 못지 않게 뜨거웠다. 산불이 군 부대쪽으로 이동해오자 육군 8군단장은 4일 저녁 10시께 불길 예상진로 GOP(일반전초) 및 해안초소 병력과 장비를 안전하게 철수토록 하고, 간이탄약고에 보관된 탄약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지시를 했다. 밤잠을 설친 끝에 탄약을 비롯한 탄약고 주변을 경계하는 감시장비와 공용화기를 뜯어내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불길이 간이탄약고 30m 전방까지 접근했지만 400여명의 장병이 필사적으로 불길을 잡아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불길 진행 예상로에 산불감시조와 급수차, 소방차를 배치해 방화벽을 형성한 것도 화마의 기세를 꺾었던 요인이 됐다. 육군 관계자는 "1996년과 2000년 두 차례 대형 산불이 고성지역을 휩쓴 이후 탄약고 등 주요 군사시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매뉴얼(지침)을 세부화해 훈련을 반복한 결과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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