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싸울 테냐 굴복할 테냐

제3보(33∼38)



타이젬의 생중계는 백홍석7단이 맡았다. 도끼타법으로 통하는 백홍석. 전투를 즐기고 특히 초강수를 선호한다. 돌아온 이세돌이 23연승을 달릴 때 그의 앞을 터억 가로막고 고춧가루를 뿌린 것으로 백홍석의 성가는 더욱 높아졌다. 2010년 5월 4일. 명인전 본선리그. 백홍석이 흑으로 6집반을 이겼던 것이다. 빠르게 두어나가던 씨에허가 흑33에 무려 12분을 썼다. 아닌게아니라 서반의 난소였다. 백홍석은 여기서 흑이 둘 수 있는 곳으로 A, B, 33의 자리, 35의 자리. 이렇게 네 곳을 꼽았다. "A는 자작가라서 마음에 안 들고 B와 35는 불확실하고…."(백홍석) 그래서 실전보의 흑33을 둔 모양이라는 설명이었다. 자작가(自作家)란 것은 억지로 짓는 집을 말함이다. 집은 공격하면서 저절로 생겨야 바람직하지 덮어놓고 울타리를 쌓아서 짓는 집은 별게없다는 뜻이다. 백36으로 어깨를 짚은 것은 '이 한 수'로 보인다. 흑35를 당한 마당에 하변을 지키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흑37을 보고 이세돌은 5분의 시간을 썼다. 평소 같으면 이런 형태에서는 참고도1의 백1로 뛰는 것이 경쾌한 행마지만 지금은 흑이 2로 째고나오는 것이 안성맞춤의 공격수가 되므로 내키지 않는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2의 백1로 붙여 급전을 펼치는 수단이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었다. 이 진행이라면 백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세돌이 둔 수는 백38이었다. "흐흐흐. 절묘한 타이밍에서 상대를 긁는구먼. 싸울 테냐 굴복할 테냐를 묻고 있어."(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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