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을 100만원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어느 정도 될까. 지표로 활용되는 에너지 원단위(TOE/백만원)를 보면 지난 80년대 0.316TOE, 2000년 0.333TOE, 2002년 0.325TOE, 2004년 0.318TOE, 2005년 0.318TOE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80년대나 현재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TOE는 휘발유로 환산하면 승용차가 서울ㆍ부산을 16회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원단위가 꾸준히 낮아지는 것은 에너지 이용 효율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은 1ㆍ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에너지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경제가 성장하면 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하는 구조가 과거나 지금이나 이어져오고 있다. 양남식 에너지관리공단 실장은 “‘에너지 원단위 개선 3개년 계획’ 등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에너지 사용수준, 미국 안 부럽다=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면서 전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미국. 에너지 사용량 면에서 한국은 미국이 전혀 부럽지 않다. 에너지의 절대적인 사용량은 적지만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03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소득수준 대비 에너지 사용량은 한국을 100으로 했을 때 미국 75, 프랑스 81 등이다. OECD 평균(72)보다 높을 뿐더러 수출시장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35)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인당 가정ㆍ상업 부문 에너지 사용량도 한국은 0.73TOE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일본이 0.81TOE인 점에 비춰볼 때 에너지 다소비 국가라는 것이 확연히 증명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없이는 경제성장도 꿈 못 꿔=더 심각한 것은 우리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80년대 이후 철강ㆍ석유ㆍ화학ㆍ요업 등 이른바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은 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우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부가가치 기준)은 28.2%다. 이에 비해 일본은 21.4%, 미국은 24.7%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의 경우 우리의 다소비 산업 비중은 전년에 비해 다소 하락한 27.5%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ㆍ일을 능가하는 상위권이다. 다소비 업종이 많다 보니 우리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제조업의 부가가치 대비 에너지 원단위는 95년 0.57TOE에서 2004년 0.44TOE로 10여년 동안 0.13TOE 낮아지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된 에너지 가운데 나프타 등 이른바 다소비 기업이 쓰는 원료용 에너지 비중도 81년 15.0%에서 2004년 23.2%로 8.2%포인트 증가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품의 부가가치는 국산화율 저조와 저가 등이 맞물리면서 일본ㆍ미국 등 주요 경쟁국보다 뒤진 상태다. ◇원자재 고유가, 에너지 배고픈 한국=제품의 낮은 부가가치로 인해 매출액을 늘리고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경쟁국보다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거꾸로 에너지를 그만큼 더 들여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실제 2005년 주요 에너지 지표를 보면 에너지 소비량ㆍ수입액 등은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총 수입액 가운데 에너지 비중은 2002년 21.2%에서 2005년 25.2%로 4%포인트 증가했다. 1차 에너지 소비량도 고유가 속에서 2004년 2억2,000만TOE에서 2005년 2억2,900만TOE로 늘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도 2004년 96.7%에서 2005년 96.4%로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에너지 중 석유 의존도 역시 이 기간 동안 47.6%에서 45.7%를 기록했다. 이성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에너지 수입 가운데 상당수는 원료용으로 공장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뿐 아니라 에너지 저소비 업종도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고 현 실태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