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치솟는 기름값을 정부가 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갖는다"며 강도 높게 질책했다. 또 정부의 '탁상행정'이 국민들을 짜증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기름값이 주유소마다 2,000원이 넘어 부담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유업체에) 일시적으로 얼마를 깎으라고 하는 건 무리한 정책이고 효과가 없다"며 정유업계에 대한 가격압박으로 기름값 문제를 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도 우리처럼 원유를 수입해 쓰는데 왜 일본은 영향을 받지 않는지, 일본과 우리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가 물가관리를 과학적으로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기름값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말은 결국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주변국과 비교해 유류세를 조절하거나 제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휘발유 1리터당 유류세 비중은 우리나라가 48%, 일본이 42% 수준이다.
서민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설탕 직수입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공급만 할 게 아니라 관리가 중요하다"며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과학적으로 고민하고 체크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탁상행정식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주5일 수업제' 보고에 대해 이 대통령은 "현장학습이 예산편성 없이 가능한 일이냐"며 "토요일에도 학교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교과부의 보고에 "필요한 아이들한테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지 일상적인 판단을 하지 말라"며 경고를 보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말에는 한마디 한마디에 가시가 돋쳤다. 최근 정치권의 공세에도 끝까지 중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유가와 서민물가 등 주요 정책과제가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고속도로 주말통행료 할증에 대해 "오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교통혼잡으로) 불편하게 해서 두 번 짜증나게 해서 되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회가 19대 총선에서 의석 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명으로 늘린 것과 카드수수료 관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거부권까지는 아니지만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여전업법은 대체입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